운동형 인간

[스크랩] [싸이월드페이퍼1호] 나의 몸꽝탈출기(1) -정다연

유랑검 2010. 6. 18. 17:13
[01호] 나의 몸꽝탈출기(1) (05.02.27 18:20) 이전목록다음

거북이가 마라톤에 도전하다!
 
최근에 중앙일보에서 주최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학창시절 체력장 이후  - -
여러명과 함께 출발선에서 뛰는 건 처음이죠.
 
나는 학창시절 내내 달리기 전교 꼴찌 였어요.
내 차례가 되서 출발선에 서면 이미 반은 힘이 빠져 있었죠.
가슴이 두근두근...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할 정도로 괴로움- 그 자체 였답니다.
그리고 결과는 언제나 꼴찌...
항상 꼴찌 였기 때문에...승부욕 같은 건 아예 없었어요.
어떻게든 완주만 하면 된다는 생각 뿐이 었습니다.
(기껏 800m 인데 완주라는 표현을 쓰니까 이상한데요^^)
 
꼴찌로 들어오고 나도 왜그리 힘이 들던지...
뛰고 나면 항상 바닥에 벌렁 누워서 숨을 몰아 쉬었던 기억이 나요.
하늘은 핑핑 돌고, 가슴은 콩쾅 거리고..
혹시 심장마비로 죽는 것이 아닐까?
빈혈증세가 있나?
걱정을 하곤 했었죠.  
이랬던 내가 10km 에 도전하다니...간도 크죠?
 
운동을 시작한 이후 -
체지방 분해를 목적으로 달리기는 항상 해 왔지만.. 
마라톤 대회라는 타이틀은 저를 주눅들게 하더라구요..
TV 인터뷰도 하고 신문에도 "몸짱아줌마도 달린다!" 라는 타이틀로 기사도 나왔는데...
만약 중간에 포기하면 우리 애들이 엄마를 어떻게 볼까?
(항상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는데 - -)
봄날휘트니스 클럽 회원들도 전부 지켜 볼텐데...에궁~~
 
학창시절 달리기 꼴찌 였던 기억 때문에 강박이 심했었나봐요.
 
나중에 출발선상에 있는 나를 비디오를 통해 봤는데...
마치 위밍업 하는 것 처럼 내가 제자리 뛰기를 하는 모습이 있더라구요.
남편이 "어쭈~ 선수 같은데..."라고 얘기 하는 거예요.
사실 불안해서 발을 구른 것 인데 말이죠.
 
어쨋거나 정신없이 출발을 하고 나서...
내 자신에게 너무나 놀랐습니다.
그건 경이로움 이었으며 감동이었죠.
 
출발전까지의 내 걱정은 단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뛰자마자 알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내 심장은 전혀 지치지 않고 강하게 박동을 해 주었고..
피곤해야 할 다리근육은 오히려 - -
"더 빨리 달려! 더!! 더!!" 라고 나를 재촉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달리는 내내...
주변의 경치를 즐겼고
옆에서 뛰는 다른 분들의 표정을 살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뛰는 내내 ..
강인하게 업그레이드 된 내 체력에 감사하고 또 감사 했습니다.
 

(사진:결승점에 도달하기 직전! 인상 구겨지지 않았죠.)
 





 
몸매를 포기했던 주부
 
운동을 시작하기 전 - 내 별명은 거북이 였습니다.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너무 느렸기 때문에 남편이 붙혀 준 별명입니다.
(모르죠~ 시댁식구들도 나를 그렇게 불렀는지는 .. ^^)
 
남들은 10분이면 끝내는 집안 청소를 나는 1시간은 해야 했어요.
밥을 차리고 설겆이를 하는 일도 당연히 남들보다 두세배는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시어머니와 시동생, 그리고 가족들 식사를 차렸기 때문에 그릇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허리가 아파서 설겆이 중간 중간 의자에 앉아서 쉬곤 했거든요.
내 스스로도 답답할 정도로 몸이 느렸습니다.
항상 숨이 차서 빨리 움직이면 힘이 들었거든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 차리고, 설겆이 하고, 집안청소 하고 나면 하루가 후다닥 --
나름데로 바쁘게 보내긴 했는데...항상 느리다고 핀잔을 받곤 했었어요.
항상 입을 헤~ 벌리고 다녀서 표정이 바보 같다는 얘기도 듣곤 했죠 - -
뚱뚱하면 숨이 차서 입으로 숨쉬는 걸 좋아하게 되요.
 
취미라고는 그저 TV 보는 것!
그리고 가끔 잡지 빌려다 보고, 애들 잠들고 나면 끄적끄적 일기쓰고..
매일 반복되는 34세 주부의 일상이였답니다.
 
어쩌다 가족외식이라도 하면 왜 그렇게 신나던지...아싸~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라기 보다..
외식하는 날은 밥 차리고 설겆이 안해도 된다는 생각에 좋았던거죠.
 

(사진:춘천에 막국수 먹으러 갔다가 소양강 댐에서 한컷! 역시 입을 헤~ 벌리고 있죠?)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이는데도..살은 왜 그렇게 찌는지...
그렇지만 살 찌는 것에 대한 고민은 
내 살에 비해서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살이 넉넉해 지면 마음도 넉넉해 지나보죠?
애 둘 낳은 주부가 다 이런거지 머...하며 지냈답니다.
 
어쩌다 내 또래의 날씬한 아줌마들을 보면,
왠지 노는 아줌마(?) 같아 보이고..
아니면 애를 낳지 않았거나...
또는, 남편이 돈을 잘 벌어다 줘서
파출부가 일하고 운동이나 하러 다니는 자격없는 주부겠지 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즉, 뚱뚱했던 내가 정상이고...날씬한 애 엄마들은 비정상이다 라고 생각했던거죠..
불과 6년전에 나는 그랬답니다.
 
그렇다고 몸매를 가꾸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예요.
사실, 남편의 빈정거림(?) 때문에 이것 저것 시도는 많이 해봤죠.
소식 다이어트, 아예 단식, 그리고 AB슬라이더도 사다가 일주일 정도 했고...
실내 사이클도 샀었죠.
 
슬리밍 어쩌구.. 같은 데서 랩으로 몸을 감싸고 땀을 빼 보기도 했고..
황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 강냉이 다이어트 등등...
온갖 유행하는 다이어트는 거의 해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결과는 항상 실패 ~~~
 
몸매에 대해 포기 한 것은
너무나 많은 실패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나를 꾸미는 것에 대해 대해 소홀했었구요.
고무줄 있는 츄리닝 바지, 또는 헐렁한 청바지..
(위의 사진에서 입은 청바지는 남편꺼예요^^)
아니면 역시 고무줄로 된 긴 치마^^
더 이상 입을 수 있는 옷도 없었고 입고 싶은 욕망도 없었어요.
입어서 폼이 나야 입죠. ㅋㅋ
 
편한 옷이 최고다! 라고 생각했었고..고무줄 패션을 사랑했죠.
어쩌다 거울로 내 벗은 몸매를 보면..(진짜 어쩌다 봤어요..)
임자 있는 몸인데 예쁘게 꾸미면 어쩔껀데? 라며 ㅡ 스스로 위안하곤 했었어요.
 
이랬던 제가 운동을 시작한 건 - -  
사실 우연한 기회였죠.
출처 : 봄날클럽
글쓴이 : 앞만보고달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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