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에 대해 댓글로 질문을 주신 내용 중 몇 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스토커 님께서 저의 글, 아고라와 금, 골드버그,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마지막에 '귀금속에 투자한다면 차라리 은'이라고 하셨는데, 전체적인 내용이 잘 흘러가다가... 막판에 툭 튀어나오는 차라리 은 이라는 문맥은 논리에 근거가 없어서.. 쉽게 납득할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가격적인 측면으로 찾아보았는데.. 가격적으로 금과 은의 등락 싱크로율은 100%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더군요.
오히려 전일의 경우에 미국채 매입 발표가 났을 때는 오히려 은의 하락폭이 더욱 컸습니다.
(금 -0.83% 은 -1.73% 3/30일 시세, 09/04 만기 선물지수, 부분적인 움직임이니 패스..)
결론적으로, 세일러님의 말씀은 금값은 관리하고 있으니 은을 사라는 말인데..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금값과 은값의 싱크로율이 100% 이니깐.. 은도 관리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거 같고요.. 그렇다면 가격적인 측면에서 '귀금속은 차라리 은' 이라고 말한 게 아니라 수급적인 측면에서 금이 관리 받으니... 은을 사시라 하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하는 건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계십니까?”
스토커 님 말씀대로 은에 대해서는 제가 너무 두서없이 한 마디를 툭 던지듯 했네요.
얘기를 꺼낸 것이 좀 후회가 됩니다 ^^ 내뱉은 말이니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다소 보완해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금이나 은이나 저는 둘 다 비추천한다는 사실입니다.
책에다가는 거액 자산가라면 헷지 목적으로 포트폴리오 안배 차원에서 자산의 일부를 금이나 은에 할당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중산층으로서 안전자산을 원한다면 금이나 은보다는 가계 내에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일단 둘 다 비추천임을 전제로 하고,
은이 금보다 ‘안전자산’을 찾는 ‘헷지 목적 상’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고 보는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스토커 님께서 질문 내용 중에 추측하신 대로 금가격이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은 상대적으로 연금상태에서 자유롭습니다. 일전에 짐 로저스도 비슷한 논리로 금보다는 은이 나아보인다고 추천한 적이 있고, 워렌 버핏이 수년 전 은에 대량으로 투자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자면,
먼저 헷지 목적과 수익 목적을 분명하게 구분해서 인식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의사결정을 잘못 하시는 것입니다. 둘은 분명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금을 매입하는 헷지 목적이 달성된다는 것은,
금이 ‘돈’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말은 인류 전체에게 대재앙이 닥친다는 말이니, 이런 일이 안 일어나길 기원해야 합니다. 30년대 대공황 조차도 전혀 비교가 안되는 경제시스템의 일대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금이 ‘돈’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럼 은도 돈으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오히려 은이 금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현재 은이 금에 비해 상대적 저평가를 보이는 것은, 은이 ‘돈’으로서의 기능을 인정받지 못하고 산업용 원자재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귀금속이 돈으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한다면,
은은 그동안 설움(?)을 겪었던 상대적 저평가를 단숨에 만회할 것이고, 은을 보유한 사람들은 금에 비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헷지 목적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귀금속의 헷지 목적이 달성이 안 되는 상황으로 전개가 되면,
투자자산으로서의 금은 다른 자산에 비해 ‘수익’이 좋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은은 수익률 측면에서, 금보다 나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경우를 나누어서 살펴보면,
아예 경기가 바닥을 치고 살아나는 쪽으로 간다면,
은에 대한 산업용 수요가 늘면서 현재 은가격이 금에 대해 보이고 있는 이격이 줄어들 것입니다.
요새 인플레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하면서 원자재에 대한 기대심리가 생겨나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면, 은이 금보다 나을 것입니다.
(이 경우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금과 비교해서 나을 수 있다는 것이지, 금과 은 둘 다 다른 투자대상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경제 상황이 디플레(공황도 여기 포함)로 가게 되면,
은에 대한 산업용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과 비교하여 가격이 더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금가격과 이격도가 확대된 것은 산업용 수요가 감소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금에 투기수요가 몰린 측면도 강합니다)
결국 은도 분명히 헷지 목적으로 매입하는 것이라야 합니다. 수익 목적으로 접근하면 금보다 변동성이 더 크므로 비추천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결국 금이나 은이나 귀금속 매입 자체가 비추천입니다.
자산가에게 추천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어디까지나 헷지 목적으로 자산의 일부만을 안배하라는 것이지, 결코 수익 목적으로 추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둡니다.
다음으로 꼬매드 님께서 저의 글, 수출실적과 화폐환상, 인플레이션의 역설, 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댓글을 주셨습니다.
처음 질문드립니다. 인플레의 역설로 보면, 달러화 기준으론 디플레로 가지만, 원화기준으론 수출기업의 실적향상과 주식시장의 상승을 예상할 수 있다는 말씀이겠네요? 맞습니까? 물론, 돈의 가치 하락분 만큼 보상이 되지는 않더라도 말이죠?
다시 말해 금융위기가 완전히 극복되기 전에도 주가지수 1500을 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군요? 왜냐면, 그래 봤자, 달러화로 환산했을 땐, 1000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주식시장 상승을 예견할 수도 있겠군요? 우리 개미야 어차피 원화 베이스이니까요....
역시 제가 인플레이션의 역설을 언급하면서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하다 보니, 꼬매드 님처럼 오해하실 분들이 많으실 듯 하여 아차 싶었습니다.
나중에 인플레이션의 역설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정리를 해보고자 합니다.
현재로서는 꼬매드 님 주신 질문에 대해서 답변만 드리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역설이 발생할 때, 실질 가치로는 하락하더라도 원화 베이스로는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정도가 되려면, 원화 가치의 하락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심해야 합니다.
98년 경제위기 때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당시의 환율 급등 정도로는 원화 베이스로도 주식 가격이 상승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일단 현재 정도의 환율 상승으로는 원화 베이스로 주식가격이 상승하도록 압력이 미치지는 않는다는 정도로 답변드리고, 나중에 인플레이션의 역설에 대해 더 자세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의 주식시장 상승은 원화가치의 하락과는 관련이 없고, 에코 버블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꼬매드 님께 한 가지 조언 드리면, ‘우리 개미야 어차피 원화 베이스이니까요’ 라고 단정짓지는 마십시오.
매달 저축하는 돈(의 일정부분)을 원화적금통장 대신 외화적금통장에 쌓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한 것 아닐까요? 물론 평생 그러시라는 것이 아니고, 누가 봐도 경제위기가 확실하게 지나갔다라고 판단될 때까지 입니다.
다음은 맞벌이맘 님께서 저의 글, 불완전한 정보로 결정 내리는 법, 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답글을 달아주셨습니다.
현재 일반 가계에서 에코 버블 국면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아파트와 관련하여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가를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글 중에 맞벌이맘 님께서 우려하시는 부분이 있는데, 저는 맞벌이맘 님 글이 저의 글에 대한 반론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밝혀둡니다)
맞벌이맘 님의 글: 세일러님 팬입니다. 세일러님 꼭 읽어주세요.
일단 저의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 모임을 가지신다니 감사드립니다. 모임에서 강한 반론들이 나올 것 같아 겁난다고 하셨는데, 그 때 논의하실 때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저의 생각을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저는 기본적으로 현재 아파트 가격이 작년 연말에 비해 다소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에코 버블이자 dead cat bounce 로 보고 있습니다. 저의 견해가 이렇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다음과 같이 맞벌이맘 님이 말씀주신 내용에 대해 저의 생각을 덧붙여 봅니다.
“지금의 상황만 본다면, 작년 겨울에 집 판 사람은 정말 억수로 운 나쁜 사람입니다.
세일러님, 부동산 불패신화와 서울아파트 불패신화가 혹시 다르게 전개되지 않을까요? 제 주변에 아고라 고수님들 글 읽고 아파트 구매를 망설였던 분들은 '에고, 또 놓쳤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쳤네'라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고 원론적인 얘기를 해봐야 안 통하더라구요.”
==> ‘에고, 또 놓쳤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쳤네’ 라는 것은 바닥을 잡아 수익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전형적인 욕심입니다. 이러한 욕심이 아직 강하게 남아있다는 것은 진바닥을 거치지 않았다는 증거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실 투자에 있어서 바닥은 아예 안 잡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바닥을 잡겠다는 욕심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편안하게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경제지표가 확실히 돌아선 것을 보고 나서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정말 경제가 살아나고 유동성이 많이 풀려서 오른다고 하면, 그럼 그 뒤로도 한참 오를 것 아닌가?
과거의 부동산 대세상승 시발점을 보면 모두가 포기했을 때, 이제 부동산은 안 오르려나 보다, 하고 기대도 안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처럼 기대심리가 강한 상태에서는 많이 오르기 어렵습니다. 이는 시장의 기본적인 원리이니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시장은 보면 볼수록 참 잔인하게 돌아가는 곳입니다.
“주변에 하도 서울아파트 불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무주택자 포함입니다. 서울에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 중에서도 설마 서울의 아파트 값이 작년 겨울만큼 떨어지랴, 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아예 체념과 포기죠), 비록 나도 실거주하고 있지만, 내 눈앞에서 폭락하는 거 한 번만 더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그 만큼 현재의 상황이 위험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갈 때까지 갔다(?)라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왔다, 더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상태가 되면 시장은 더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후속 매수세가 받쳐주어야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지난 수년 간의 대세 상승기 동안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온 것이 아닌가?
‘88만원세대’로 불리우는 다음 세대는 전혀 후속 매수세로 받쳐줄 여건이 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러한 시장의 논리는, 사실 우리도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부동산은 항상 오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10년 주기설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 말을 거꾸로 보면, 한참 올랐으니 이제 10년은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부동산은 항상 올랐다, 고 느끼는 것은, 98년의 경우를 제외하면 나머지 조정기간은 ‘기간 조정’ 형태였기 때문입니다. 조정을 겪고 있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을 뿐입니다.
명목가격은 하락하지 않더라도 10년 정도 기간조정을 거치게 되면, 기회비용 만큼 하락을 겪은 셈입니다. 일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만큼 오르지 못했다면 실질가치로는 하락을 겪은 것입니다.
부동산은 단위가 크기 때문에, 정기예금 금리 5%만 계산해도 10년간 복리금액을 계산하면 큰 금액이 나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에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가 닥치지 않았더라도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격은 한동안 조정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단 그 조정의 형태는 기간조정 형태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딱 맞딱뜨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시점에 경제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부동산에 최대의 버블, 위태위태한 버블을 끌어안고 있는 상황에서 맞은 것이니까요.
된통 걸려들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제는 ‘기간조정’으로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가계의 소득자체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업의 증가는, 말하기에 좀 괴롭지만, 저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 중에서도 설마 서울의 아파트 값이 작년 겨울만큼 떨어지랴, 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아예 체념과 포기죠’
==> 여건이 못되어 아파트 구매를 포기한 사람들조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걸로 본다는 말은 시장에 매우 강한 ‘신념’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주변에 하도 서울아파트 불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신념이 꺼지고 나서야 제대로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장에서 빠져나갈 사람 다 빠져나가고 가격조정 거치고 나서,
그리고 한참 경제위기를 다 겪은 후에,
그 뒤로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가계에 소득이 새로이 쌓이고 나서 이로 인해 후속 매수여력이 생성되고 난 뒤에,
그 때야 비로소 제대로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전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다르다’ 라거나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고 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부동산이 무너질 수 있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내지 아파트)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부동산 불패 신화 내지 (서울) 아파트 불패 신화는 믿기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에서 그 동안 기록한 부동산(내지 아파트) 상승의 패턴이나 그 상승의 정도, 그리고 이에 대한 강한 믿음, 신념에 가까운 믿음이 별로 새로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 상승 패턴이나 정도에 있어서 90년까지의 일본 부동산과 비교해보면 별로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30년대 대공황 이후 지금까지 70년 넘게 대세상승을 지속해온 미국 주식시장과 비교해봐도 별반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부동산이 아니라 주식에 대한 강한 신념이 존재해왔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퇴직연금이 대부분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 같은 경우는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미국은 국가 시스템 자체가 주식에 대한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운영되어왔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가계의 자산 중 직간접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된 비중도 엄청납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 신화와 미국의 주식 불패 신화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그 신화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미국 베이비 붐 세대들이 이제 막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할 참인데 퇴직연금에 결정적인 타격이 오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이 부분이 큰 사회문제로 부각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미국 주식시장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더욱 촉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파트 불패 ‘신화’라고 하는, 신념에 가까운 강한 믿음이 뭔가 색다른,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라 예전부터 여러 곳에서 늘상 나타났던 현상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도한 버블이 존재했던 곳에 항상 동반해서 나타났던 현상과 생각입니다.그리고 그 신념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위험한 지경에 처한 것이었다는 게 그 동안의 역사가 가르쳐주고 있는 교훈입니다.
튤립투기가 벌어지던 17세기 네덜란드에도 강한 신념이 존재했고,
91년 일본 버블 붕괴 직전에도 비슷한 신념이 존재했고,
2000년 IT, 인터넷 버블이 무너지기 직전에도 미국과 우리나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던 신념(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 과거의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이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우리 한국인들은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욕구가 워낙 강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격이 올랐던 자산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집이 아니라 튤립 가격이 그 만큼 지속적으로 올랐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아름다운 튤립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욕구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다르다’ 는 말이 생겨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특히 미국경제와 독립해서 돌아갈 수 있다는 것(디커플링)은 착각일 뿐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에 무역의존도가 세계 최고인 경우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 대세 상승은, 제 글에서 소개해드렸듯이 미국으로 인해 생겨난 무역흑자 및 선물환 매도로 인해 과도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공급된 결과입니다. 지금 이 유동성이 급격하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겨울까지 부동산이 급격하게 빠졌고, 현재는 그에 대한 반동으로 잠시 에코버블 국면(dead cat bounce)이 진행되고 있을 뿐입니다.
이상으로 스토커 님, 꼬매드 님, 맞벌이맘 님이 주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아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질문들을 주셨는데,
앞으로 미국 패권에 대해 써나가면서 관련되는 내용이 나올 때 대답하려고 생각 중인 몇 가지 질문들이 있습니다.
추경예산 30조의 영향에 대한 질문, 아메로에 대한 질문, 금과 달러의 가치에 대한 질문, 제가 어느 경제학파에 가까운지에 대한 질문 등 입니다. 섣부르게 간단히 대답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관련되는 내용이 나올 때까지 좀 기다려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GM대우 건에 대해 질문주신 분들이 계신데, 좀 더 들여다보고 나서 대답드리겠습니다.
그 외 나머지 질문들에 대해서는 대답을 드리지 못하는 점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직 서둘러 가야 할 길이 꽤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단, 지금까지 질문주신 내용들 중에 태반의 질문은 제 글을 처음부터 읽어주시거나 책을 읽어주시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글들은 거의 모두가 상호 연결되어 있으니, 제 글로부터 어떤 유익을 얻고자 하는 분들은 꼭 처음부터 읽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제대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경제의 근본원리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을 요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지금 진행되는 경제위기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전체의 모습과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제 글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꼭 처음부터 다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토막만을 따로 떼어 읽으면 제대로 이해가 될 수도 없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일 뿐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경제 지표 보는 법’으로 시작한 글이 길어지면서는, 글을 계속 써나가는 동안에도 상당히 괴로웠습니다. 어서 빨리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글들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통화량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쓰기 시작했던 ‘경제 지표 보는 법’으로 시작된 글은 원래 글 한 편만 쓰려던 것인데, 쓰다 보니 한 편으로는 너무 양이 많아질 듯 하여 세 편으로 나누어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에코버블의 기세가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같이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계속 양이 불어나면서 ‘불완전한 정보로 결정 내리는 법’까지 7편이나 되고 말았습니다.
중간에 몇몇 분들이 제가 미국 패권에 관한 결론 글에 대해 잊어버린 줄 알고 기억을 상기시켜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시 돌아갈 것입니다.
제 아내는 저보고 거짓말을 하면 금방 티가 나니 어디 가서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유인 즉슨 별로 말이 없던 사람이 거짓말을 할 때는 갑자기 장황하게 기승전결을 갖춰서, 논리적으로 자초지종을 세세하게 설명하니 대번에 알아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 자신을 돌아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아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할 때 티가 나도록 만드는 논리적인 장황함과 기승전결의 체계를 갖추려는 본능(?)이 어찌 보면 글쓰기에 잘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 지난 며칠 동안은 이로 인해 상당한 괴로움을 겪은 셈입니다. 마음은 저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현재 쓰고 있는 글들은 자꾸 자꾸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마간산 식으로 요점만을 정리해서 제시하는 것은 읽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안될 것 같고 저 자신이 글을 쓰는 재미(?)도 없습니다. 재미라고 쓴 것은, 경제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고, 저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번에 베어마켓 랠리 비교차트를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그 차트를 소개해드리면서 국내 차트를 비교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말동안 정리해서 이에 대한 글을 한 편 더 올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진도(?)를 나가려고 합니다.
미국 패권에 대한 글을 좀 더 쓸 것이고, 그리고 나서는 그 다음 문제로 넘어갈 것입니다. 제가 달을 보고 있는 것인지 손가락을 보고 있는 것인지 계속 고민했던 문제입니다.
사실 요새는 빨리빨리 글을 쓰려고 좀 무리하고 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전에 서둘러 가야할 길이 아직 꽤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가급적 매일 쓰려 하고 최소한 이틀에 한 번씩은 쓰려고 합니다.
저의 경제학습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저도 부지런히 쓸 테니 부지런히 따라와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12년] > 세일러님의 경제시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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