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경제연구소들의 환율 전망은 정확했나?

유랑검 2010. 4. 19. 11:14

국내의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에서는 매년 환율 전망을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서 대대적으로 보도합니다.

일반 대중은 이와 같은 환율 전망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분석하여 나온 결과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믿을만한 것일까요?

 

최근 2년 동안의 전망이 어떠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08 환율 전망, 누가 잘했나 머니투데이 2008.12.30

 

위 기사를 보면 국내 금융회사들이 2008년의 환율을 어떻게 전망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아래의 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07년의 연평균 환율은 929.16원이었습니다.

 

위 표의 하단부에 분기별 전망치의 평균값을 보면 08 4분기에 912.5원의 분기평균환율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각 금융회사별 예측치를 살펴보면 08 4분기에 800원대의 환율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회사들도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국내 금융회사들은 08년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던 것입니다.

 

위 표에는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이 빠져있는데, 이 두 연구소의 경우에도 대동소이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다음의 기사에서 보듯이 삼성경제연구소도 08년 연평균 환율이 910원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08 신년특집] 원·달러 910원대로 안정 파이낸셜뉴스 2008.01.01

삼성경제연구소는 원화의 경우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절상률은 주요 통화들에 비해 소폭인 2% 수준에 그쳐 2008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910원을 예상했다.

 

결국 국내의 모든 경제연구소들과 금융회사들이 환율 하락을 전망했던 것인데, 왜 이렇게 하락 일색의 전망을 했을까요?

(하락 일색의 전망 중에 거의 유일한 예외가 NH선물이었습니다. NH선물은 4분기에 980원을 예측해서 가장 높은 환율 전망치를 내놓았고, 논리적인 근거에 있어서도 국내 조선업체의 선물환 매도에 따른 외환시장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했습니다.)

 

다음은 07년말까지의 원달러 환율차트입니다.

 

 

 

 

 

국내에서 모두가 하락 일색의 전망을 내놓았던 이유는, 위 환율차트에서 보듯이 그 이전까지 수년간 기존의 추세가 계속 하락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07 10 31에 종가 900.80(장중 저점 899.00)으로 저점을 찍고 나서 07년말의 환율은 940원까지 올랐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되었고 08년의 환율은 과거 수년간 이어져온 하락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이미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 일방적인 쏠림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수급이 꼬인 상태여서, 그 반작용으로 급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사실을 저의 초기 글들에서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관련글:

부동산 시장의 위기와 선물환 매도의 관계

환율은 오르기만 했나?

정부당국의 실책과 외환시장의 괴물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임에도, 하락일색의 환율 전망 때문에 쏠림 현상이 계속되어 우리나라의 우량 수출중소기업들이 과도한 매도 헤지에 치중함으로써 키코 사태의 여건이 조성되었습니다.

 

아래의 차트는 2008년의 실제 환율동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08년에 910원으로 하락할 것이라던 환율이 07 10월말을 저점으로 폭등했습니다.

 

그 결과는 키코사태로 우리나라의 우량 수출중소기업들이 파산하는 것, 그리고 모두가 겪었던 08년 하반기의 대혼란이었습니다.

 

 

이제 2008년말에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은 2009년의 환율전망을 어떻게 했을까요?

 

국내 금융사들, 내년말 환율 1100원대 전망 머니투데이 2008.12.30

 

위 기사에는 09년의 환율과 경상수지 전망치를 정리한 아래의 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다시 한번 하락 일색의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09 전체 연평균 환율은 1,222.9원, 4분기의 평균 환율 예측치는 1,162원입니다.

 

실제 나타난 결과는 아래의 차트와 같습니다.

 

 

 

 

 

09년 실제 연평균 환율은 1,276.35원이었고, 4분기의 평균값을 계산해보면 1,168.03원입니다. 이번에는 전망치가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

 

문제는 풀이과정은 틀렸는데, 답만 들어맞았다는 사실입니다.

 

예측에는 근거와 논리가 있게 마련입니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의 09년의 환율 예측치를 계산할 때는 경상수지 흑자액 전망을 바탕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국제수지의 또 다른 축인 자본수지에 대해서는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위에 링크를 걸어둔 머니투데이 기사에 나오는 다음의 언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자산 건전성이 개선되지 않아 자금 회수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자산 회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 그 속도와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이란 의견이다.
......
현대증권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과 채권 매매가 순매수로 완전히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2008)와 같은 급격한 순매도세는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자본수지에 대해서는 2008년과 같은 급격한 적자폭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을 뿐 흑자가 나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결국 경상수지 흑자 하나를 바탕으로 해서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한 것입니다.

 

각 연구소와 금융사들이 예측한 경상수지 흑자액을 보면 얼마나 될까요?

 

삼성경제연구소(위 표에서는 삼성경연으로 표기) 21억 달러 흑자를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현대경연) 25억 달러를 예상했습니다. LG경제연구원(LG경연)은 위 표에는 수정 중이라고 나와있는데, 그 예측치는 76억 달러였습니다.

 

우리나라 3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만 가지고도 2009년의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09년 연평균 환율이 1040원일 것으로 예측했고(연평균이 이 정도이니 연말에는 이 보다 더 떨어져 있을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LG경제연구원은 연평균 환율이 1100원일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역시 연말 환율은 1100원보다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09년의 연평균 환율 1,276.35원과 4분기평균 환율 1,168.03(연말 환율은 1164.5) 09년의 경상수지가 무려 426.7억 달러나 흑자였고, 증권투자수지가 506.8억 달러나 유입됨으로써 전체 자본수지도 264.5억 달러나 흑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09년의 전체 국제수지 흑자규모는 691.2억 달러였습니다.

 

위 표를 보면 우리나라 3대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2009년의 환율을 전망함에 있서서 풀이과정은 완전히 틀렸고, 어쩌다 답만 맞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답이 맞았다는 얘기는 앞에서 제시한 경제연구소.금융회사 전체의 예측치 평균을 말하는 것이고, 삼성과 LG경제연구원은 답도 많이 틀렸습니다. 기타 금융회사들의 경우도 모두 경상수지 예측치가 낮았기 때문에 풀이과정이 틀리긴 마찬가지입니다.)

 

수학 문제 풀이에서 이런 경우 정답이라고 인정할까요?

그리고 이런 결과를 낸 경제연구소들의 다음 번 예측은 믿을 수 있는 것일까요?

 

경제연구소들은 2009년의 환율 전망과 실제 나타난 결과에 대해서,

어째서 예측한 것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국제수지 흑자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자신들의 예측치보다 더 떨어지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무언가 자신들이 생각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도 없고, 깨닫지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연구소가 내놓고 있는 올해(2010)말의 환율 예측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들 3대 연구소는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보다 180원 정도 더 떨어져 1,100원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에 대해서는 지난해 400억 달러 대에서 줄어들어 200억 달러 미만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작년에 21~76억 달러 흑자가 날 때 연평균 환율이 1,040 ~ 1,100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데 반해,

올해에는, 작년에 691.2억 달러 흑자가 난 데 더해 올해에도 경상수지만 200억 달러 가까이 흑자가 나서 계속 누적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환율이 1,100원으로 밖에(?) 안 떨어질 것으로 예측치를 잡은 것을 보면, 이제는 함부로 예측치를 잡기가 두려운 모양이긴 합니다.

 

하지만 기존에 하락추세를 보이니 타성적으로 그냥 하락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린북 “3 경상수지 10~15억달러로 것” 헤럴드 생생뉴스 2010.04.08

 

3월의 경상수지가 10~15억 달러 선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월별 경상수지 동향을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올해 1분기의 경상수지 합계는 7.1억 달러 ~ 12.1억 달러가 되는 셈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1년간의 경상수지를 계산해보면 28.4억 달러 ~ 48.4억 달러가 되는 셈입니다.

연초의 경상수지 전망치 200억 달러 미만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이와 같은 예상치도 현재보다 환율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계산된 것입니다. 지금보다도 환율이 더 떨어지면 경상수지가 28.4억 달러 ~ 48.4억 달러에도 못 미치게 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환율은 계속 떨어진다고만 하는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떤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코미디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기만 합니다.

 

저는 지난 글,

 

국제수지, 선물환 매도 동향과 환율

 

을 통해서 앞으로 3년간 매년 500억 달러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가 나지 않으면 환율은 상승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사정을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경상수지 기록은 현재의 원달러 환율이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난 97년말의 IMF 사태, 지난 2008년의 키코 사태와 같은 환란이 재발하기 직전의, 폭풍이 몰아치기 직전의 고요상태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이 해야 할 일은, 일반 대중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발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래와 같은 엇박자 환율입니다.

 

 

 

 

 

일반 대중은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의 전망에 대해 그 권위를 인정하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일방적인 쏠림이 발생하여 문제를 키우고 있습니다.

 

국내 경제연구소와 금융회사들은,

지난 97년말의 IMF 사태, 2008년의 키코 사태에 뒤이은, 세 번째 반복되고 있는 현재의 똑같은 실수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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