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간문제와 희망
2. 시간문제: 조선업을 둘러싼 상황
3. 시간문제: 은행을 둘러싼 상황
4. 그 밖에 여러 가지 시간문제들
그동안 에코버블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희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왜 인간은 끊임없이 시장에 농락을 당하는가?
왜 인간 펀드매니저가 원숭이와의 수익률 대결에서 지게 되는가?
그렇게 되는 이유는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고 문명을 건설해냈습니다. 그리고 같은 이유 때문에 바보같이 시장에 농락당히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존 스튜어트 밀은 투자가 과잉으로 치닫게 되는 이유(그로 인해 공황이 생겨나게 됨)를 설명하면서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대평가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을 제시했습니다.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과대평가하는 것, 변화 속에서 항상 ‘희망’의 조짐을 찾아내고 보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성향이 맞는 듯 합니다.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삶을 살아냅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한 것일지라도 ‘미래’는 아직 닥치지 않은 것이므로 인간의 머릿속에서 최소한 ‘현실’보다는 나은 모습으로 채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미래의 ‘희망’이, 어쩌면 기만적인 것일지라도, 절망 속에서도 삶을 버티어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고해를 헤쳐나갈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엄청나게 힘든 어떤 상황을 헤쳐나온 사람에게 다시 할 수 있겠느냐 물으면 못하겠다고 대답하는 것을 흔히 접하게 됩니다. 멋모르고 당한 상태에서 어찌 어찌 하다보니 헤쳐나온 것이지 알고는 다시 반복하지 못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처럼 알고는 차마 다시 반복하지 못할 만한 상황인데도 그 안에 던져넣어지면 어떻게든지 해서 헤쳐나오는 것이 인간입니다.
‘희망’의 여지 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가짜’ 희망이라도 만들어내고 이를 부여잡고 삶을 지탱해나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지탱하다 보면 또 어찌 어찌 살아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코버블의 진행과정을 보면 ‘그린 슈트(Green shoots, 초록 새싹)’ 논쟁이 있었습니다. 경기회복의 징후를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을 뚫고 새싹이 돋아나오는 모습에 비유한 말입니다. 이에 대해 그린슈트가 맞다, 아니다 '옐로 위드(Yellow Weeds, 시든 잡초)'에 불과하다,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런 논쟁이 생겨나는 이유도 역시 시든 잡초 조차도 푸른 새싹으로 보고 싶어하는 희망이 투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기저효과’ 논리도 참 많이 동원되었습니다. 예상을 미리 낮추어 잡아놓고는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으므로 호재다, 라는 해석이 동원되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듯 합니다. 예상을 미리 낮추어 잡아놓고 그래도 예상보다는 좋은 것 아니냐, 라고 해석하면서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 계속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 이래 가지고는 삶의 리듬과 동력이 생겨나지 않을 듯 합니다.
들려오는 모든 소식이 온통 잿빛이고 앞으로도 모두 잿빛일 것이다... 이래 가지고는 단 하루를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겠지요.
대공황 당시의 하락차트입니다.
3년동안 -89.2% 하락할 때까지 줄곧 일직선으로 하락하기만 한다면(시장 속성상 그럴수도 없겠지만) 인간 사회의 삶이 유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세하락하는 과정 동안 계속해서 생겨난 상승의 움직임이 바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본성이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억지로 만들어낸 희망이 거듭해서 절망으로 판명이 날 지라도 다시금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내고 부여잡으면서 인간 사회의 삶은 이어져나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존 스튜어트 밀이 언급한 "변화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과대평가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성향"은, 인류에게 삶을 살아낼 동력을 주기 위해서 인류의 세포 속에 프로그래밍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시간 문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이 상태 그대로 시간이 흘러가기만 하면 정해진 결과가 나오게 되어 있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저는 요즘 여러 가지 일들이 이 ‘시간 문제’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이미 결과는 정해져있는데 에코버블이 진행되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일이 시간문제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에코버블이 이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가?
‘시간문제’를 시간문제로 인식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것이다, 는 것이 제 생각의 결론입니다.
냉철한 관찰과 인식을 지속한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경제지표를 보면 흐름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냉정한 진실만을 계속 말하고 있는 경제지표를 있는 그대로 계속 지켜본다는 것, 그 비관적인 시사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대단히 비인간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는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듯도 합니다.
지속적으로 잿빛 신호만을 보내오는 경제지표를 지켜보면서 비관적인 전망만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리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보도록 각인된 인류의 세포 속 프로그램과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언제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려내도록 짜여진 인류의 본성이 에코버블을 만들어내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시장’은 이와 같은 인류의 보편적 성향마저도 철저히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장이라는 것이 참 징그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이 모여서 발현되는 게 시장이니 당연하다 싶기도 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 않도록 짜여진 인류의 본성은 인류로 하여금 만물의 영장 자리에 오르도록 했고 문명을 건설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성향이 위기의 순간을 맞아서는 원숭이보다 못한 바보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으니 이 점에는 충분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글,
에서 지금 왜 사회제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드렸습니다.
사회제도가 거짓말을 하면서 이용하는 것이 바로 ‘희망’을 보아내는 인류의 본성입니다.
어제도 여러 가지 거짓말이 보이더군요.
‘두바이 공포’ 세계 시장 강타 파이낸셜뉴스
두바이 공포가 세계 시장을 강타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될 걸 과연 몰랐나? 라고 묻고 싶군요.
아래 기사를 보면 이렇게 될 것은 이미 정해진 시간문제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그동안 두바이는 아부다비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버즈두바이만 '한창'…다른 곳은 멈췄다 머니투데이
위 기사 말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두바이 정부가 여전히 버즈두바이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바이 정부는 800미터(m)가 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빌딩, 버즈 두바이가 12월 일반에게 공개되면 두바이가 옛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경제위기 속에서도 버즈 두바이를 중단시키지 않았던 이유도 버즈 두바이를 통해 두바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두바이 정부는 지난 9월9일 두바이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페르시아 걸프만에 있는 아랍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경전철을 개통했다.
지난 번 출장길에 두바이에서 환승을 하면서 버즈두바이를 바라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몇 가지 생각들을 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따로 글 한 편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기사 중에서 “두바이 정부는 지난 9월9일 두바이가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페르시아 걸프만에 있는 아랍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경전철을 개통했다”라는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그동안 페르시아 걸프만에 있는 아랍국가 중에 경전철이 있는 나라가 아무도 없었던 이유는 페르시아 걸프만에 있는 아랍국가들에게는 경전철이 필요없기 때문입니다.
두바이는 필요도 없는 경전철을 개통한 것입니다. 넌센스라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두바이’는 이번 대공황기에 벌어졌던 최대 해프닝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가 "두바이발 쇼크 영향 제한적..조정시 매수" 아시아경제
위 기사를 보면
“증권사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되레 이번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고 하는군요.
먼저 과연 상황을 몰라서 이런 무책임한(어쩌면 사기성을 띤) 조언을 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는 지난 번에 세계 3위인 프랑스 해운선사의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위기가 터졌을 때 보였던 증권가의 반응을 그대로 연상시킵니다.
한국 조선사의 수주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조선주가 주가 하락을 보인 것이 투자기회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하던 증권가를 연상시킵니다.
저는 당시에 “하지만 세계 3위의 선사가 부도위기에 처했는데, 다른 선사들은 멀쩡할 수 있는가, 생각해봐야 합니다.”라고 썼습니다.
그 뒤 지금까지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관심있게 지켜본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은 ‘시간문제’입니다.
이번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구요?
두바이가 저 지경인데 다른 중동지역은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좀 더 확대해서 본다면 중앙아시아 지역은 어떨까요? 동유럽은 어떨까요?
그나마 위 기사의 말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하나대투증권은 두바이발 악재는 오늘이 고비가 될 가능성이 높고 오늘만 잘 넘기면 오히려 건설주를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단서로라도 달아주는 것이 양심적으로 보입니다.
반복해서 무책임한 조언을 일삼는 제도권에 대해서 참 화가 납니다.
모두가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1년 쯤 뒤에 이들이 어떤 말들을 하게 될 것인지 두고 보고 싶습니다.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이므로 무지해서 그런 조언을 하는 것도 문제고,
혹시 알면서도 저러는 것이라면(혹여 자신들의 물량을 먼저 처분하기 위해서라든지) 이는 범죄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어제는 FRB가 ‘당분간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는 이유로 달러인덱스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달러화의 추락’ 미국도 손놨다 파이낸셜뉴스
연말까지 ‘弱달러 탈출’ 힘들듯 파이낸셜뉴스
사실 이 ‘명분’은 지난 11월 4일 FOMC 이래 세계 주식시장 상승과 달러인덱스의 하락을 이끌어온 주요 ‘동력’이었습니다.
가만히 스스로에게 한 번 되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위기 상황이 아직도 심각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이 주식시장에 호재인가요?
분명 이치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사회제도들이 합심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 뿐입니다. 이제 곧 바로잡힐 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번째 기사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매우 적절한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부쩍 이런 지적들이 늘었습니다. 상황이 갈 데까지 갔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달러의 날개 없는 추락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UBS의 모히 우딘 외환시장 전략 담당 전무는 “투자자들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캐리 트레이드에 악영향을 미치는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지 않는 반면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의 보유외환 다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외환시장 흐름이 한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전망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면 급속한 시장 흐름 역전이 나타나면서 시장이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HSBC의 외환시장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블룸도 달러 매도세 지속은 합리적인 배경을 갖고 있고, 특히 막대한 달러를 보유한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의 경우 보유외환 다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도 FRB가 갑작스런 통화정책 변경을 시사하기라도 하는 날엔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은 “미국의 금리인상은 캐리 트레이드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망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당분간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는 현재의 양상 자체가, 그동안 해온 말들이 거짓말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대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고 자산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그동안 구사되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미국에 의존적인가, 한 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이 단 한 마디만 하면 상황이 얼마나 급변하게 될 것인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미국은 다른 힘든 수고를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다음 달부터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리겠다, 이 한 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럼 상황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급박하게 바뀔 지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달러가 휴지조각 된다는 얘기가 얼마나 뻔한 거짓말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달러를 마구 찍어대고 있어서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폭이 0.25%에서 0.5%로 바뀐다고 해서 그 가치가 올라갈까요?
그렇다고 제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미국이 끝내 기준금리를 안 올리게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왜냐 하면 기준금리를 안 올리더라도 여러 가지 ‘시간문제’인 상황들 때문에 달러인덱스는 폭등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몇 편의 글을 통해 이 ‘시간문제’인 상황들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사회제도가 결과가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는 시기이니 부디 이 거짓말에 속아서 큰 오판을 저지르는 실수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다, 를 호재라고 하면서 주식이 오르고 달러가치가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더 나올 수 있는 호재가 있을까요?
현재 기준금리는 0~0.25%이니 더 낮출 수는 없습니다.
당분간 올리지 않겠다는 논리를 호재라고 이제 써먹어버렸습니다.
이제 더 만들어낼 수 있는 호재가 있을까요?
모든 호재가 다 나왔으면 그 다음 결과는 뻔한 것입니다.
'-[2012년] > 세일러님의 경제시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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