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부동산, 몇 가지 흥미있는 오해 내지 거짓말들 (09.09.15)

유랑검 2009. 9. 24. 21:42

부동산 관련하여 자주 언급되는 몇 가지 통념 내지 주장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엄밀한 추론의 전개는 아니고 그냥 편하게 저의 생각을 독백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ㅇ 지금 집 사지 않으면 평생 집 못 사게 될 거다

 

주택에 대한 투자 내지 투기를 부추길 때 항상 쓰이는 말.

언제나 지금 집 사지 않으면 ~ ” 이라고 말함으로써, 마치 지금은 집 살 수 있는 형편인 것 처럼 말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단 한번도,

이미 샐러리맨은 집 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고는 말하지 않는다.

 

 

 

 

 

지금 집 사지 않으면 평생 집 못 살 거다, 라는 말이 가장 강하게 들렸던 것은 지난 1990년이었다.

당시는 이미 샐러리맨들이 평생 집 못 살 상황이었건만, 여전히 지금 집 사지 않으면 ~ ” 이라고 말했다.

이미 샐러리맨들은 평생 집 못 살 상황이 되었다, 그러므로 비정상적인 과도한 상승이다, 기다리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게 정상적인 분석이었다.

 

IMF 사태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그 전까지도 계속 조정받고 있었다.

별로 안 떨어졌다고?

7년 동안 샐러리맨들의 소득이 계속 증가하고 물가가 오른 것을 고려하면 많이 떨어진 것이다.

비로소 다시 샐러리맨들이 집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었다.

 

현재는 어떨까?

 

샐러리맨들의 명목소득(실질소득이 아니라)이 줄고 있다.

10억 만들기 열풍, 짠돌이 열풍은 젊은 직장인들이 집값을 따라잡아보려는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이제 그들은 포기했다. 스스로 포기했거나 포기 당했다.

 

샐러리맨들이 평생 집 못 사게 되면 집값은 떨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이치임을 알 수 있다.

 

세상 일이 이치대로 되는 거 봤냐고?

 

이치대로 된다.

 

 

ㅇ 부동산 10년 주기설

 

부동산은 10년마다 크게 오른다는 말이다.

투자 내지 투기를 부추길 때 자주 쓰인다.

 

10년마다 크게 오르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한 번 크게 올랐으면 최소한 몇 년간 쉬어 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를 만큼 올랐으니 이제 몇 년간은 쉬어 가야 한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경제학에서는 18년 주기설이 받아들여진다. 앞에서 소개한 우리나라 그래프나 아래 미국 그래프를 보면 18년 주기에 부합한다.

 

 

 

 

 

18년 주기의 고점을 넘었으면 이제 장기간 쉬어가야 한다.

수개월의 조정은 조정이라고 할 수도 없다.

 

 

ㅇ 서울은 지방 부자들도 계속 사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는다

 

서울 중산층이 지방 부자들에 대해 근거없는 우월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의 학창시절만 해도 지방 부자들은 서울 대학에 진학한 자녀들을 위해 아파트를 사버렸다. 금쪽같은 자식 고생시키기 싫을 것이다. 자녀들의 타향살이에 아파트는 딱이다.

 

대부분 강남권에 샀다.

주말이면 지방 부자들은 자식보러 서울로 올라온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서.

그러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경부축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서울과 수도권은 경부축을 따라 발전한다고 한다.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냐고 지방 부자들은 비웃는다.

그들에게는 수십년 전부터 눈으로 직접 봐온 사실일 뿐이다.

 

지방부자들은 서울의 중산층보다 먼저 다 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ㅇ 한국사람은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

 

나는 아무래도 이 근본 가정이 의심스럽다.

 

제러미 리프킨은 유러피언 드림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관점에서 미국과 유럽을 대비시킨다.

미국인들에게는 이동성이 넘친다. 미국 전체 가구의 25~35퍼센트가 5년에 한 번씩 이사를 다닌다.

유럽인이 이사하는 횟수는 미국인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된다.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공화국에서 주택을 소모품 취급해버리는 한국인 대다수의 무심함을 지적한다.

서울 인구의 1/3이 매년 이사한다는 연구결과(97년의 연구결과)를 소개한다.

 

08년 전입신고건수는 525만건, 전체 가구수는 1,667만가구.

31.5%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그 만큼 이사다니는 듯 하다.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의 2배에 달하는 이사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이 리프킨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인들은 미국인들의 기록을 5배로 간단히 일축해버린다.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해보면 어떨까?

 

발레리 줄레조는 도시 내 노마디즘(유목주의)’이라는 용어까지 소개한다.

정말 유목민족의 피가 우리 혈관 속을 흐르고 있어서... ?

 

우리 한국인들은 자기가 살던 집을 재개발하고 재건축하고 리모델링해버리지 못해 안달이 났다.

어디서 에 대한 애착을 찾아볼 수 있는가?

 

17세기에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름다운 튤립을 사랑하는 마음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튤립가격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들을 했다.

 

이상하게도 튤립 버블이 붕괴하고 나니 네덜란드 사람들은 아름다운 튤립을 사랑하는 성향도 사라져버린 듯 보였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 아니라 고수익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아닐까?

 

 

ㅇ 대한민국은 다르다

 

대한민국 부동산은 사 놓으면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고 한다.

 

전세계 모든 나라를 놓고 볼 때, “우리나라는 다르다고 주장하기 가장 힘든 나라가,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고, 거기에 더해 수입의존도까지 높은 나라.

그냥 수입의존도가 높은 정도가 아니라 식량 자급이 전혀 안되고, 생존에 필수적인 원자재 대부분을 모두 수입해야 하는 나라.

덩치라도 크면 맷집이나마 좋을텐데 그렇지도 못한 나라.

외부여건에 가장 휩쓸리기 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땅은 좁은데 인구는 많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다, 그러므로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가 없다고?

 

일본도 그렇다.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다.

 

탐욕에 씌어버린 눈은 바로 이웃의 경험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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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저의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엄밀한 추론의 전개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봅니다.

굳이 공황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렇습니다.

 

샐러리맨들의 명목소득이 떨어지는데 오를 수 있을까요?

젊은 직장인들은 두려워서 결혼을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런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집값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한국의 직장인들은 자신의 생존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사서 오른다구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결국은 일반 개미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시장구조입니다.

이 근본적인 시장구조자체에 대해 동의가 안 되신다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일반 개미들에게 떠넘기는 가격이 오르지 못하면, 주식도 부동산도 오를 수 없습니다.

 

 

지금 인플레라는 단어가 중산층과 서민들을 겁주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자산이 휴지조각이 될까 봐 겁먹은 사람들이 사기판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지금 잠시 오르는 듯 보이는 것은,

겁먹은 이들이 마지막 남은 여력을 쥐어짜내서 사기판에 갖다 바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발 내몰리지 마시기 바랍니다.

세상 일이 이치대로 안 되는 것 같아도, 가만히 보면 이치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제발 막차 타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발역시 엄밀하지 못한 단어지만, 꼭 이 단어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