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2010년 경제이야기

지지율 87%…떠날때 더 위대한 룰라

유랑검 2010. 12. 30. 18:56

자국 역사상 퇴임을 앞두고 9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없다. 그러나 1일 지우마 호세프 당선자에게 대권을 넘겨주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 기록을 깼다.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인 센수스(Sensus)가 29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룰라의 현재 지지율은 87%다. 브라질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 사상 최고치다. 이는 룰라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인 2003년 초 지지율 75%보다도 높다. 룰라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계승자를 자처하는 호세프도 지난 11월 대선에서 56%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소속된 브라질 노동자당도 지난 10월 총선에서 상하원 모두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마저도 대선 운동기간 중 위기에 처하자 "룰라 정책을 계승하겠다"며 사실상 룰라 대통령 인기에 편승했다.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룰라의 인기는 무엇 때문일까.

해답은 친시장 정책이었다. 물가안정과 친기업적 경제정책을 통해 경제를 급성장시켰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외국인 투자가 겹치면서 높은 성장률을 실현했다.

그가 취임한 첫해인 2003년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5536억달러. 세계 12위권이었다. 지난해 GDP는 1조5773억달러로 경제 규모가 3배 늘었다. 이는 세계 8위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GDP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앞으로 5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2004년부터 연평균 4.7% 성장률을 보이면서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고성장기에 진입했다.

브라질 경제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인 물가도 잡았다. 2002년 12.5%였던 물가상승률을 올해는 5.2%로 줄였다. 수출이 늘고 외자가 유입되면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그의 재임기간 중 108% 상승했다.

특히 그의 재임기간 중 3000만명의 빈곤층이 중산층으로 편입되면서 탄탄한 내수기반이 형성됐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브라질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도 노리고 있다. 현재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자리를 늘릴 경우 상임이사국에 진입한다는 구상이다.

룰라의 매력은 그가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점이다. 룰라 대통령은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5학년 때 학교를 자퇴한 뒤 거리에서 구두를 닦다 14세 때 자동차 부품 공장에 들어갔다. 공장에서 작업하다 손가락을 잃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노동운동을 택하면서 군부독재 정권의 엄혹한 탄압 속에서도 파업을 조직하기도 했다.

그는 1980년대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정치인의 길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1989년 이후 세 차례 대권에 도전했다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를 통해 그는 원칙주의자에서 현실주의자로 스스로를 변화시켰다. 심지어 그가 생각했던 좌파 정치의 원칙을 일정 부분 포기했다.

룰라는 교조주의도 고집하지 않았다. 민간 자율과 친시장으로 따낸 열매를 더 많이 분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짜 노동자들을 위하는 것이라는 그의 현실 인식이 오늘날 브라질 경제 성장과 그에 대한 높은 지지율의 원천이 됐다.

[뉴욕 = 김명수 특파원 / 서울 = 박승철 기자]

 

출처 : http://media.daum.net/foreign/view.html?cateid=1046&newsid=20101230172204918&p=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