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엇박자 환율, 그 희비극

유랑검 2010. 4. 6. 18:03

저는 09년 11월 27 썼던 글,

 

시간문제와 희망

 

을 통해 당시 달러인덱스의 하락추세가 힘을 다했다는 사실을 지적한 적이 있고, 두달 쯤 전인 지난 2 8일에 썼던 글,

 

날아가는 달러인덱스, 지체하는 원달러 환율

 

에서는 달러인덱스 동향과 관련하여 앞으로 나타나는 ‘조정’은 일시적인 조정일 뿐 상승추세를 계속 이어나가게 될 것으로 봅니다.”라고 썼습니다.

 

다음은 어제까지의 달러인덱스 동향입니다.

 

 

 

 

 

예상대로 달러인덱스는 작년 11월말을 저점으로 추세를 완전히 전환했고, 지난 두 달 동안 달러인덱스는 일시적인 조정을 거치면서 계속 상승해왔습니다.

 

어제까지의 동향을 보면, 달러인덱스는 어느 새 093월까지 폭등했던 상승폭의 절반 정도를 이미 넘어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달러의 강세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지난 1973년 이래 두 차례 있었던 달러 강세기(아래 차트 참조)에 뒤이은 세 번째 강세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봅니다(이와 같은 관점은 이미 예전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달러인덱스의 추세가 완전히 반전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의 지난 글, 시간문제와 희망, 에는 이에 대한 UBS 시장전략가의 다음과 같은 언급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외환시장 흐름이 한 쪽으로만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같은 전망(달러 약세)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면 급속한 시장 흐름 역전이 나타나면서 시장이 매우 취약해질 수 있다”

 

위 차트에서 볼 수 있다시피 지난 수년간 달러인덱스가 쉬지않고 줄곧 대세하락을 진행해오면서, 전 세계 모든 나라, 모든 시장에서, 모든 경제 주체가 달러에 대해 일방적인 short 포지션을 취했습니다.

이는 트레이딩 관련해서만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기업들이 사업계획을 짤 때, 국가가 나라경제를 계획할 때, 일반 가계가 살림살이를 계획할 때 모두가 달러 약세가 줄곧 지속될 것(심지어는 휴지조각이 될 것)임을 전제하고 계획을 잡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었고, 일부 국가, 일부 시장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세계 금융동향에 둔감한 한반도의 중산층들도 미국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추세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이게 의미하는 게 뭘까요?

 

그것은 추세의 전환이 평지풍파 없이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수년동안 쌓이고 쌓인 short 포지션의 전환이 일거에 이루어질 수는 없는 법입니다. 관성 내지 타성이 존재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도 제대로 전환이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의 추세반전은 선입견을 배제하고 보면 누가 봐도 완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선뜻 믿지 못하고 일시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존재합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상품시장이 무너지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환율도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러인덱스의 반전은 이미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생각됩니다.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달러인덱스의 강세반전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전 세계의 모든 시장에서 평지풍파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08년말 터져나온 금융위기 이후 시장은 매우 특이한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모든 시장동향이 달러화의 환율 동향 하나에 달린 특이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도 미국 달러화의 동향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집중되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무너지지 않고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09년에 진행된 달러화의 가치 하락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에서 대탈출의 조짐을 보이던 핫머니들이 상당수가 눌러앉았고, 우리나라로는 핫머니가 대거 유입되었습니다.

상황이 반대였다면 우리나라와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이미 붕괴되었을 것입니다.

 

경제가 어려워도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달러화로부터의 탈출로 설명되었습니다.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유형자산으로 유동성이 몰린다는 논리입니다.

상품시장의 강세도 마찬가지 논리로 설명되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09 11월말 이전까지 모든 시장에서 얼마나 이구동성으로 달러 약세를 외쳤는지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고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논리를 바탕으로 시장이 얼마나 올랐는지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추세가 돌아섰을 때, 그리고 경제주체들이 추세의 반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인지도...

 

현재 아무도 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고 있으며,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를 근거로 시장의 상승을 얘기하던 사람들이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자 갑자기 달러의 강약과 시장은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남는 것입니다.

달러화의 약세를 근거로 한 시장 상승분은 모두 반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주식시장, 상품시장 모두 달러 약세의 논리(=인플레이션 논리)를 걷어내고 나면, 최근 나타나는 경제지표의 호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현재의 가격수준을 유지할 수 없는 것입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표의 호조는 재고효과와 에코버블에 따른 것으로 일시적인 것일 뿐,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내일 별도의 글을 정리해서 올리려고 합니다.)

 

유로와 파운드화는 벌써 상승분을 상당부분 반납했습니다.

 

다음은 유로/달러 환율 차트입니다. (달러인덱스, 원달러 환율과의 직관적인 비교를 위해서, 통상적인 차트를 위아래를 뒤집어놓은 것입니다.)

 

 

 

 

 

다음은 파운드/달러 차트입니다.

 

 

 

 

 

그리스로 대표되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되었다 해결되는 듯 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고, 현재까지는 해결되는 듯 한 모습이 마지막입니다만, 차트를 보면 어느새 유로와 파운드화는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한 평가절하를 이미 거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원화는 아래 차트에서 보듯이 심각한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나 2월의 경상수지 기록을 보고도 이러한 지체현상이 계속된다는 것은 희비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2월 경상수지는 겨우 16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월의 경상수지는 4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계절적 요인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2월의 기록도 부진한 것을 보면 계절적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경상수지는 작년 10 476천만달러에서 11 428천만달러, 12 152천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였으며 올 1월에는 4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하고서 지난 2월에 16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1월의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경상수지 흑자폭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09년 말 환율 1164.5원은 09년의 경상수지가 무려 426.7억 달러나 흑자였고, 증권투자수지가 506.8억 달러나 흑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관련 글: 국제수지, 선물환 매도 동향과 환율

 

이런 상황에서 1, 2월의 경상수지 기록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2010년의 국제수지를 짐작해보면, 원화의 환율이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제위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수출의존형 경제모델에 대한 사형선고를 내린 것입니다.

이런 판국에, 환율효과가 사라지면서 경상수지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데도 원달러 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을 얘기하고, 그와 같은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희극이라고 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서 나타나게 될 결과는 비극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새 주식시장에서 연일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이 글에 뒤이어 올린 별도의 글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주식시장의 거짓말

 

우리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표의 호조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내일 별도의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