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경제상황은 다음의 기사 제목 한줄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뉴욕마감]다우 연중 최고치경신..1만900은 실패 머니투데이
어제 다우지수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는 미국의 2월 소비지출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현재 나타나고 있는 소비지출 증가는 이미 그 원동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뒤늦은 시차 때문에 나타나는 것, 즉 유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 글로 한 번 정리하려고 합니다.
EU의 증시도 안정감을 보이고 있는데, 전 세계 증시가 안정감을 되찾은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큰일 날 것처럼 보이던 그리스 재정위기가 IMF와 EU의 구제금융 지원 계획으로 해결된 듯이 보인다는 점 때문입니다.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2월중순 이래 한달 반 동안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는 해결된 듯이 보이다가, 큰일날 것 같다가, 다시 해결된 듯이 보이기를 반복했습니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현상을 뚫어져라 볼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흐름을 보셔야 휘둘리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두 기사가 그리스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흐름을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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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펠드슈타인, "그리스 재정 긴축안 실패한다" 한국경제 [경제]
마틴 펠드슈타인 미 하버드대 교수가 그리스의 재정 긴축 계획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 펠드슈타인 교수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 게오르게 파펜드레우 총리가 내놓은 재정적자 감축 계획이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며 디폴트(국가채무유예)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7%인 그리스가 2년 뒤에 3%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은 환상에 불과하다”면서 “그리스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이탈하는 것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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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EU의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은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입니다. 즉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해결되려면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펠드슈타인 교수의 말대로,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단번에(2년 만에) GDP 대비 3% 선까지 줄인다는 계획은 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계획대로 급속하게, 성공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그 결과는 본격적인 공황으로의 진입일 것이므로, 과연 무엇이 성공적이라는 말인지 헷갈리는 결과가 나올 테지만.)
왜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급속하게 감축하지 못할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리스가 ‘주권을 가진’ ‘국민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소버린 리스크(Soverign Risk, 국가부도 위험)’라는 단어가 유행했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을 규정할 수 있는 보다 적절한 단어는 ‘소버린 리스크’가 아니라 ‘소버린(국민국가)의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국민국가의 주권’이 단숨에 부정되기에는, 국민국가가 쌓아온 500년 역사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봅니다. ‘소버린(국민국가)의 위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이처럼 그리스의 재정위기 문제에 관해서는, 우선 전제조건이 되는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계획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습니다.
그리고 일단 감축 계획 자체는 인정하고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다음 기사가 지적하고 있듯이,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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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치킨게임' 끝낸 후 그리스 도와줄 듯"[핌코] 연합인포맥스
(서울=연합인포맥스)
(IMF는 우리 한국인들도 겪어봤다. 결코 ‘자선단체’가 아니다. 그 댓가는 혹독할 것이다. IMF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해서 그리스 재정위기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그는 "즉각적인 해결책은 없다"라며 "그리스와 유럽연합(EU), IMF 사이에 벌어지는 치킨 게임을 과소평가하지 마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벌어질 치킨 게임만으로도 국제 금융시장을 여러 번 흔들어놓을 듯 하다)
치킨 게임은 어느 한 쪽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양쪽이 모두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을 이를 때 종종 사용된다.
그리스의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EU에 대출 패키지를 내주 승인해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IMF는 그리스가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으나, 필요하다면 도와줄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은 그리스의 재정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엘-에리언 CEO는 "유럽은 그리스가 필요한 자금 조달을 해줄 수 없으며(왜냐하면, 프랑스, 독일을 포함하여 유럽 자체가 신용을 다 써버려서 매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조건부 자금 지원을 내걸 수도 없다"라며 "우리는 한 나라가 재정 우려에 빠진 이러한 장면을 수차례 봤으며(우리 한국인들도 겪어봤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증거가 나왔다고 돌진할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일일 것(이번만큼은 기다린다고 하여 좋은 투자기회가 오는 것이 아니다.)"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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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해결책은 없다"라고 단언하는 핌코 CEO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나저나 이번 경제위기 이후 빌 그로스를 포함하여 핌코의 행보와 말이 여러 면에서 자주 주목됩니다. 기본적인 관점을 보면 앞으로도 핌코의 말은 계속해서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마 이번 공황이 지나고 나면 핌코의 위상은 지금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아져 있으리라고 봅니다.)
EU와 유로화의 운명에 대해서는 다음의 기사가 적절한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그리스에 대해 IMF와 EU가 공동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방안이 나온 직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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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불안 확산…전문가들 '유로 비관론'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24일(현지시간)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이른바 GPS(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3국 경제가 불안하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시장에는 유럽연합 또는 유로
미국 게리실링&코의 대표인 게리 실링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서서히 난파하는 동안 이 지역에서 재정위기를 맞는 다음 나라는 스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토모미쓰이그룹 산하 일본연구소(JRI)의 마키타 다케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EU는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며 "이것이 유로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없어 보인다가 아니라 없는 것이 맞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로렌조 비니 스마기 이사는 "IMF에 도움을 요청하면 유럽이 자체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없고 오직 외부 지원에 의해 생존할 수 있다는 식으로 비치면서 유로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식으로 비치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고, 과대평가되었던 유로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반면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되면서 달러 매수는 늘어나고 있다. 일본 FX온라인의 모리 소이치로 스트래티지스트는 "경제와 환율 전망으로 봤을 때 달러로 더 많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야 바른 말들을 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하면 달러에 대한 평가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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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일본의 이코노미스트가 제시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럼 일본은? 이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튀어나옵니다만, 평가 자체는 맞는 것입니다.
EU는 독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가 아니라 아예 없는 것이 맞습니다. 이미 쓸 수 있는 신용을 모두 쥐어짜내서 다 돈으로 만들어 써버렸습니다. 더 이상 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신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더 돈을 만들어내면 EU와 유로 전체가 매우 위험해집니다.
EU가 독자적으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에 나선다면, 1차 시기 정도나 막아낼수 있을 것입니다. 2차, 3차... 이어지는 뒷감당도 어려울뿐더러, 다음 타자로 거명되는 스페인은 어떻게 할까요?
스페인으로 넘어가면 경제규모(따라서 구제금융 지원규모)가 그리스와는 차원이 달라집니다.
EU가 독자적인 구제에 나선다면 지금 당장의 고통만을 면하고자 모르핀 주사를 맞는 것밖에 안됩니다. 결국 프랑스, 독일의 신용 마저 위협받게 될 것입니다. 독일은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EU의 단독구제안에 대해 맹렬하게 반대하는 것입니다. 독일마저도 전혀 여유가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EU의 현실입니다.
연초 국내 최대라는 모 경제연구소가 예측한 해외 10대 트렌드에서 ‘EU의 위상 강화’라는 예측을 보고 실소가 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EU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것이 2월 중순이니 2개월 뒤면 수면 위로 떠오를 일에 대해서도 전혀 감도 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도 2010년 1년 동안 ‘EU의 위상 강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려나요?
혹시 이번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계획으로 인해 재정위기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고 그와 같은 견해를 계속 유지할 있으려나요?
이 연구소는 ‘달러약세 지속’을 또 하나의 10대 트렌드로 선정했습니다. 달러 인덱스가 작년 11월에 이미 바닥을 찍고 추세를 반전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이가 없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견해를 유지하고 있으려나요?
정말 그럴지도...
(글이 길어져서 후반부는 내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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