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영구적인 팽창이 불가능한 이유 1
8. 신용(통화) 시스템: 영구적 팽창을 막는 제도
9.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10. 신용(통화) 시스템 vs 그린백 시스템
11.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생겨났나 1~3
12.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2
말(썽) 많은 통화 시스템 문제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
그동안 시리즈로 이어지는 글을 써오다가 지난 주에는 에코버블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시리즈로 이어지는 글만 붙들고 있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시장상황을 점검하는 글들을 올렸습니다.
다음 주에도 시장상황과 관련된 글을 몇 편 더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은 주말을 맞아 다소 여유로운 마음으로 통화 시스템에 관한 주제를 되돌아보려고 합니다.
통화 시스템 문제와 관련한 글을 쓰면서 두 분과 토론을 주고 받기도 했고,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질문을 주셨습니다.
그 과정을 되돌아보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저는 지난 글,
의 말미에 아래와 같은 안내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영구적인 팽창이 불가능한 이유’를 정리해보니 담아야 할 내용이 상당히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더 써야 할 내용들이 많이 남아있다 보니 우선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마무리짓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로 질문주신 내용들 중에 다같이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저의 생각은 글을 마무리짓고 나서 정리해서 제시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주시는 내용 중에 상당수는 앞으로 쓰려고 하는 내용 중에 들어있기도 할 것입니다.
이렇게 안내를 드린 것처럼,
저에게 질문이나 반론을 주시는 내용들 중에는 원래 제가 써나가려고 구상하는 내용 중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늘 이 글에도 꽤 들어있을 것이며, 다음에 쓰려고 하는 통화 시스템에 대한 평가에도 들어있을 것입니다. (시장상황 점검이 더 긴요한 듯 합니다. 평가 부분은 아마도 다음 주말 쯤 해서 쓰게 될 듯 합니다)
저로서는 글을 읽는 분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나름대로 체계를 잡아가면서 써나가는 와중에 있는데, 어떤 반론이나 질문을 주시면서 당장 대답해달라고 채근하시면 참 난감해집니다.
어떤 경우는 ‘당신이 쓰려는 글은 이렇게 이렇게 진행될 것이다. 안 봐도 결론이 뻔하게 보이니 그 결론에 대해 미리 비판하겠다’고 하는 극단적인(?) 논리까지도 보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다 지켜보고 나서 비판을 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을까요 ^^
제가 그동안 설명을 진행해온 통화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입니다. 그리고 현대 경제가 기반하고 있는 신용(통화) 시스템 자체가 상당히 미묘한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 지식을 상당히 갖춘 분들의 경우에도, 시스템의 작동원리 자체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곤 합니다.
사정이 이와 같으니, 제가 드리는 설명이 좀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쭉쭉 읽어나간다는 기분으로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 글, 그리고 다음에 쓰게 될 통화시스템에 대한 평가글까지 마저 읽고 나면, 그리고 나서야 전체의 조망이 가능하게 될테니 다시 한 번 이해가 새롭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 동안 통화 시스템 비교표를 놓고 설명을 진행해왔는데, 아직 마저 설명을 드리지 못한 사항이 하나 남아있습니다. 아래 표에서 <별도설명 4> 부분입니다.
<별도설명 4>는 ‘이자 없는 돈’의 존재가능성에 대한 보충설명입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지난 글,
가 제법 논란거리가 되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통화 시스템의 비교표를 만들 때 부터 ‘이자없는 돈’의 존재가능성에 대한 보충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내용이 그동안 질문주신 몇몇 분들에게 드리는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저의 지난 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에서 설명해드린 내용을 요약해 보면,
신용창조가 아무리 많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신용창조의 총량은 언제나 대출원금과 똑같다. 그럼 언제나 이자에 해당하는 돈은 사회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시중에 아무리 돈이 많이 공급되더라도(즉, 신용창조가 아무리 많이 되더라도) 경제 내에 돌아다니는 돈은 항상 부족한 것이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돈은 이자를 발생시키는 ‘원본’일 뿐이며, 이자에 해당하는 돈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이 이자를 붙여 빌려와야만 비로소 존재하게 되는 채무화폐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의 원리상 전체적으로 언제나 항상 돈이 모자라는 것이며 누군가는 부도를 내야 한다(의자뺏기 게임).
이처럼 냉혹한 결과가 현실화 되는 것을 지연시키는 한 가지 방법은,
대출을 추가로 계속 늘리는 것이다(즉 통화량을 계속 늘리는 것). 먼저의 대출에 대한 이잣돈을 대기 위해 새로운 대출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은 시스템적인 냉혹함이 현실화되는 것을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러나 이자를 낳는 빚은 소득 대비해서 무한히 확대될 수가 없다. 빚(=통화량)이 확대를 멈추는 순간 일부 시장 참여자는 부도가 나고 통화량은 축소되기 시작한다.
이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이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한다는 상태가 존재할 수 없다. 끊임없이 팽창하든지 아니면 팽창을 멈추는 순간 바로 연쇄적인 수축으로 이어진다. 안정적으로 현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경제 내에 끊임없이 긴장이 조성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스템에 참여하는 경제활동 참여자들은 결코 편안한 상태라는 것을 맞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저의 설명에 대해 여전히 많은 분들이 우리 실생활(경제생활)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받아들이시는 듯 합니다.
예를 들어,
그럼 경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빚쟁이란 말이냐, 주변을 둘러봐라, 순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현실과 동떨어진 말장난 아니냐, 이러시는 분들도 계신 듯 하고,
‘음모론’(음모론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던 간에)에 불과할 뿐이라고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신 듯 합니다.
우선 먼저 말씀드려 놓고 싶은 사항은,
은행의 신용창조 시스템에 대해 제가 드린 설명은 저의 독창적인 창작이 전혀 아니며, 어떤 ‘음모론’ 체계 내에서 만들어진 얘기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드린 설명은, 엄연히 현대 경제가 기반해서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의 작동원리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일 뿐입니다.
제가 설명드린 신용(통화) 시스템의 작동원리는 오늘날 대학에서 가르치는 ‘화폐금융론’ 교재에서 설명을 전개하고 있는 통화 시스템의 작동원리에서 전혀 벗어나는 사항이 없습니다.
물론 화폐금융론 교재에서는 제가 설명드린 부분,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눈에 확연히 드러나게 설명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명제가 사회 구성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제시하기에는 ‘불편한 진실’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나중에 시간여유가 생기면 따로 한 번 정리해보고 싶군요)
그 때문에 화폐금융론 교재에서는 좀 더 우회적인 방식으로,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에둘러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을 뿐 ‘은행은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엄연히 화폐금융론 교재에서 제시하는 설명체계 내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제가 설명드려온 내용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엄연히 오늘날의 신용(통화) 시스템이 돌아가는 작동원리 있는 그대로입니다.
화폐 금융론을 제대로 전공한 사람에게 묻는다면 당연히 수긍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공자는 말할 것입니다.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사실, 그로 인해 영구적인 팽창은 불가능하고, 소득 대비 과도하게 부채가 쌓이면 붕괴는 불가피하다, 는 사실이 언뜻 보기에는 불편하게 느껴지겠지만, 사실은 바로 그 부분이, 신용(통화) 시스템이 시스템으로서 갖는 장점(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려온 내용)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이러한 점이 어떻게 신용(통화) 시스템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통화 시스템에 대한 평가를 말씀드리면서 좀 더 부연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처럼 세세하게 강조드리는 이유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통화 시스템에 대한 저의 설명을 읽어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바라볼 때만이, 오늘날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있는 그대로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입견에서 벗어나서 조금만 상상력을 발휘하시면 현대 경제가 돌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꿰뚫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사례에 대해 살펴보면,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빚 없이 순자산을 가지고 있는 분들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자산은 제가 이전 글에서 설명드렸듯이 다른 사람들의 원본을 가져온 것입니다. 경제 내의 다른 누군가가 그 만큼 순부채를 더 많이 떠안고 있기 때문에 순자산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가 설명드린 것은 경제 모델에 대한 설명입니다. 이를 우리 실생활에 적용시켜 생각하려면 시야를 넓히셔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국민경제는 규모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 경제까지 시야에 넣으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그동안 미국은 많은 순부채를 떠안아 주었습니다. 그 덕에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이 순자산을 쌓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제가 초기에 설명드렸던 내용입니다).
빚을 수반함이 없이는 이 사회 내에 돈은 생겨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엄연히 객관적인 시스템의 작동원리임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하에서는 ‘은행이 이자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명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댓글이나 답글을 통해 의문을 제기해주셨는데, 그 중에 제가 보충설명을 드려야겠다고 느낀 사항들에 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은행이 이자수익을 통해 생겨난 순익을 주주에게 ‘배당’하기 때문에 ‘이자’에 해당하는 돈이 다시 경제 내로 주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자면,
먼저 은행업이라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자본투자(본원통화를 말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주십시오)가 필요하다, 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건물을 사든지 최소한 임차하든지 해야 하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투자가 필요합니다.
은행의 주주들에게 주어지는 배당금은 통상 이 투자금(역시 빚을 수반한 돈)에 대한 최소한의 이익금(통상 투자금이 발생시키는 이자를 갚을 정도.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정도)을 넘어서지 않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배당금을 급증시킨 사례처럼 특수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많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기회비용 수준으로 수렴해 갈 것입니다.
이는 당연한 원리입니다. 왜냐 하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모든 자본은 팽창을 지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팽창을 지향하지 않는 자본은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자본이 끊임없는 팽창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본 스스로도 거부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이는 바로 마르크스가 지적한 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주주에게 주어지는 배당은 투자금이 수반하는 빚이 발생시키는 이자를 갚을 수 있을 정도에 해당할 뿐이며, 이는 다른 사람들의 원본을 가져온 것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즉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보충해주지 못합니다.
두번째로는, 국민 누구나가 지금 이 순간이라도 은행의 주식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말씀을 주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전 글에서 아래와 같은 사례를 제시했습니다. 역시 경제학계 내에서 통화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할 때 통상적으로 많이 예로 드는 사례입니다.
1달러를 연 6% 복리로 빌리면 40년이 안 돼 10달러가 됩니다. 10배가 넘게 되는 것입니다. 복리계산 결과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처음에는 그래프가 수평이나 마찬가지로 별 게 아닌 거 같지만, 나중에는 거의 수직이 됩니다.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돈의 양이 늘어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은행이 그 가운데 10%를 연 6%의 복리로 빌려주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40년 안에 이 세상의 돈은 모두 은행 차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은행이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기 때문에, ‘은행 밖에서’ 의자뺏기 게임이 벌어지게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두번 째 질문을 주신 분의 논리는,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은행도 경제 내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을까, 는 제가 위에서 제시한 사례를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시면 아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위 사례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만,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은행으로 부가 집중되면 될수록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저의 앞선 글,
에서 충분히 설명드렸습니다.
만약 은행이 거둔 ‘순익’을 모두 ‘소비’해준다면 물론 문제는 안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맬서스의 가르침을 통하여 경제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합니다. 맬서스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면 은행이 기회비용 수준 이상으로 배당을 높인다고 해도 문제가 생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전 국민 모두가 골고루 은행주식을 소유하고 있고, 은행의 ‘순익 모두’를 배당한다면 문제는 안 생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얘기는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은행 시스템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을 국유화 할 것을 주장했으니까요.
전 국민이 모두 골고루 은행주식을 소유한다, 은행의 순익이 모두 국민들에게 골고루 분배된다는 얘기는 곧 은행을 국유화했다는 이야기와 같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미국이나 대한민국에서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실현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럼 현실적인 실물 경제에서 정말 은행의 팽창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저는 지난 글,
에서 이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윗 글에서 아래와 같은 설명을 드렸습니다.
산업자본은 금융자본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하고 금융자본에게 이자를 내야 합니다. 반면 금융자본은 신용창조를 통해 무(無)로부터 자본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자본을 조달하는 데에 어떤 비용도 들지 않습니다(예대마진이 보장됩니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르기만 하면, 경기변동이 몇 차례 발생하기만 하면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를 ‘시간문제’라고 합니다.
이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실증이 된 사실입니다. 몇 번의 금융공황을 거치다 보면 결국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완전히 지배하게 됩니다. 미국도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통념과는 달리 금산분리는 오히려 ‘산업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는 것이 윗 글에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입니다.
그럼 우리 한국인들이 은행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역시 윗 글에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강력한 철권통치를 휘두르는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은행은 관치금융의 수단에 불과했습니다. 우리가 은행에 대해 갖는 인상은 허구헌날 정부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는 불쌍한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정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싶다는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약한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은행에 대한 이런 인식(넓게는 금융자본에 대한 인식)은 세계적으로 보면 유례가 없는 것입니다.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가령 미국인들에게 은행은 어떤 존재일까요?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저의 지난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미국인들이 은행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어떤 것인지, 위 구절에 이어지는 뒷부분을 꼭 찾아서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저의 글들은 모두 서로 연결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의 글을 처음부터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처음부터 읽어주시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 명제와 관련하여 세번째로 생각해볼 만한 질문은,
부도가 나면 그 부도가 난 액수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된다, 는 이의제기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맞는 말입니다. 부도가 나면 그 액수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제가 드린 설명에 대한 반론은 아닙니다.
제가 애초에 드렸던 설명은, 영구적인 팽창은 불가능하다, 중간에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있다, 였습니다. 그러므로 위에 질문주신 분은 저의 설명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기 보다는 제가 설명드린 ‘결과’에 대해 보충설명을 해주신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역사의 진행은 중간중간 무너짐으로써 강제로 부채탕감을 시키고 거품을 뺀 후(GDP 대비 100% 정도로) 다시 새출발을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중앙은행이 유가증권을 매입함으로써 본원통화를 제공할 때 유가증권의 ‘적격성’을 엄밀하게 따진다고 설명드렸는데 바로 이 부분과 관련되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매입한 유가증권이 부도가 나 버리면, 그 부도난 금액만큼은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되어버립니다. 그만큼 경제 내에 과잉통화를 제공한 셈이 되어버리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이를 극력 피하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는 것입니다.
네번째로,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창출에 따른 순익이 정부로 환류되는 것이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를 제공하는 것이 되지 않는가, 하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 지적은,
현대 경제에서 통화가 공급되는 원리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착각하신 것입니다.
중앙은행이 창출하는 본원통화가 전체 통화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 이하라는 사실은 제가 이전 글들에서 여러 번 강조한 사항입니다.
나머지 97% 이상은 모두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로부터 생겨나는 신용(통화)입니다. 즉 제가 ‘은행은 이자는 만들어내지 않는다’고 말씀드릴 때의 은행은 시중은행을 의미합니다.
저의 이전 글들,
에서도 현대의 통화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들에 관해 논의할 때,
중앙은행이 아니라 시중은행들의 신용창조 기능이 문제의 본류임을 강조해서 설명드린 바가 있습니다.
다섯번째로는,
음모론 관련하여, 중앙은행의 순익이 정부로 환류되는 것인지 여부 자체를 궁금해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아예 법률규정을 소개해드리면,
한국은행법
제99조(이익금처분)
①한국은행은 매 회계연도마다 결산상 순이익금을 자산의 감가상각에 충당한 후 나머지가 있는 때에는 결산상 순이익금의 100분의 10을 매년 적립하여야 한다.
②한국은행은 결산상 순이익금을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적립한 후 나머지가 있는 때에는 정부의 승인을 얻어 이를 특정한 목적을 위한 적립금으로 적립할 수 있다.
③한국은행은 결산상 순이익금을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처분한 후 나머지가 있는 때에는 이를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하여야 한다.
제100조(손실보전)
한국은행의 회계연도에 있어서 발생한 손실은 적립금으로 보전하고, 적립금이 부족한 때에는 「국가재정법」
Federal Reserve Act (연방준비제도법)
Section 7. Division of Earnings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링크 참조:
http://www.federalreserve.gov/aboutthefed/section7.htm
미국 연방준비제도법의 내용은 한국은행법과 대동소이한데, 조금 다른 점은,
첫째, 민간소유인 만큼 연방준비은행 활동에 따른 모든 비용을 지출하고 남는 순익이 있을 경우 주주들에게 6%의 배당금을 우선적으로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둘째, 미 재무부로 환류되는 순익이 발생할 경우 지불준비자산 중 하나인 금 보유를 늘리는데 사용하거나, 국채지불에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정부로 환류되는 순익을 그냥 ‘세입’으로 잡으면 되는데, 미국의 경우는 두 가지 방식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함으로써, ‘빚을 수반하지 않는 돈’이 경제 내에 존재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의 원리에 보다 충실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중앙은행의 활동에 따라 순익이 생겨날 경우(손실을 볼 때도 있습니다)에는 정부로 환류시키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이 내용도 음모론에 부합(?)하게 해석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애초에 중앙은행이 탄생하던 과거 금 본위제 하에서라면, 국채의 이자는 금으로 받고 순익의 환류는 신용(통화)로 지불(은행권 내지는 통장잔고를 찍어주는 형태)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이 부분은 금 본위제에서 완전히 이탈한 이상 의미없게 되었지요.
하지만 오늘날에도 FRB의 경우, 각종 계정에 대한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이상, 분식회계(순익의 조절)라는 의심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항상 순익을 낼 것이라고 오해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지적해둘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창출로부터 ‘수익’은 생겨납니다만, 공개시장 조작 활동에 따라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여러 활동에는 비용도 수반되므로, 이 수익으로부터 각종 손실과 비용을 제해야 합니다.
실제로 순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하는 해도 많습니다.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는 거꾸로 정부에서 손실을 보전해주어야 합니다.
순익이 생기더라도 그 중 일정부분을 중앙은행 내에 적립하도록 하고 있기도 합니다.
역시 저의 지난 글,
에 보시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작년 10월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통화량 관련지표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자료를 아직 갖고 있는데, 살펴보면 08년 10월말 기준으로 FRB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미 정부에 대한 채권)는 4765억달러, FRB가 미 정부에게 지고 있는 부채는 5783억달러, 즉 FRB가 오히려 미정부에게 1019억달러 정도의 순채무를 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현상이긴 합니다. 미 재무부가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FRB에 지원했기 때문에 나타난 새로운 현상이고, 08년 이전까지는 보통 FRB가 전체 국채 물량의 8~10% 정도를 보유한 채권자였습니다.
윗 글에서 설명드렸다시피 통상적인 경우 FRB가 보유하고 있는 국채 물량은 전체 국채 물량의 8~1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통화량이 아니라 국채 만에 대한 비율입니다)
그러던 것이 금융위기 상황이 도래하니 오히려 FRB가 정부에 대해 ‘채무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FRB의 이자 수입이 정부로 환류될 여지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중앙은행의 순익이 정부로 환류됨으로써, 시스템적으로 경제 내에 부족한 이자 부분이 보충될 수 있다는 것이 오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해서 그동안 눈에 띄었던 질문사항들에 대해 답변을 달아보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설명드린 신용(통화) 시스템에 대한 설명은,
신용(통화) 시스템을 개혁하자는 입장(19세기 중반의 그린백 진영에서부터 시작해서, 오늘날의 대안화폐 시스템을 주장하는 입장에 이르기까지)과 신용(통화) 시스템을 옹호하는 입장(오늘날의 주류 내지는 강단 경제학의 입장) 사이에 객관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에 대한 설명일 뿐입니다.
(다만 같은 사항을 놓고서, 개혁하자는 입장에서는 '부작용' 측면을 강조하고,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부작용 같이 보여도 사실은 오히려 강점이다,라고 응수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저의 독창적인 주장이나 음모론적인 주장은 전혀 들어있지 않습니다.
경제학계 내에서 이미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에 대한 각종 의문제기에 대해서는, 죄송합니다만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하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오늘 글에서도 지난 글들 인용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처럼 저의 글들은 모두 서로 연결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글을 읽는 것이 어떤 도움(만약 얻을 것이 있다면)이 되려면, 처음부터 모두 다 읽으셔야 합니다. 반드시 처음부터 읽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질문주시는 내용들을 보면, 저의 지난 글들에서 이미 설명드린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저의 글을 처음부터 다 읽어주실 것을 꼭 당부드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 세일러님의 경제시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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