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통념 vs 근본원리, 그리고 이치 (09.01.04)

유랑검 2009. 9. 15. 10:35

앞 글 경제학과 이치에서 현대 주류 경제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전개했습니다. 그 글을 통해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은 현대 주류 경제학에 대한 일종의 해체 작업이었습니다.

 

경제학 전공자이거나 경제학에 대해 깊이 공부하신 분들은 현대 경제학의 토대가 상당히 허술한 면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러한 사실을 잘 모르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기 쉽습니다.

 

앞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닥칠 수 있는데, 현대 경제학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겠기에 해체 작업을 시도해 본 것입니다.

 

글이라는 표현수단의 한계, 그리고 짧은 분량 안에 완결을 지어야 한다는 한계로 인해 저의 표현들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저의 글로 인해 불쾌감을 느끼셨던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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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현대 경제학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 정책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 분명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환상을 품고 있는 상태로 혼란스런 상황들을 맞이하게 되면, 사실을 사실대로 보지 못할 것입니다.

 

뻔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벌써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문가일수록 제대로 보지 못하고, 똑똑한 사람들일수록 보지 못합니다.

 

벌거숭이 임금님 동화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 드는 생각은, 동화 속의 어른들은 정말로 임금님이 투명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을 듯 합니다. 병사들이 무서워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임금님이라는 존재에 대해 갖는 어른들의 선입견이 눈을 가렸습니다. 정말 투명옷을 입은 걸 거야, 설마 임금님이 벌고벗고 있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이 눈을 가렸을 것입니다.

 

아이에게만 객관적인 실체가 있는 그대로 보였습니다.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겐 임금님이란 존재가 그닥 선입견을 심어주지 못했으니까요.

 

혜안(慧眼)이라는 것은 결국,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아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것, 맑은 눈으로 본다는 것,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하게 됩니다.

 

결국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 하는데, 손가락만 보기 쉽습니다.

 

자신의 희망이 관찰에 반영되어 시야를 흐립니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눈을 가립니다.

 

전문가는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신의 전문지식을 내려놓기가 어렵습니다.

 

평상시에는 잘 작동하던 전문지식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비상시가 되면, 전문가는 일반인들 보다도 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가 쉽습니다.

 

(어떤 이유로 인해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아무도 섣불리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근본원리를 익히고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 그 다음엔 이치에 근거해서 판단하시면 됩니다.

 

근본원리를 붙들고 자기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천변만화(千變萬化)하는 듯한 혼란 속을 헤쳐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주의하셔야 할 게 통념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통념(通念)이란 보통 때의 생각입니다. 보통 때는 제대로 작동되던 생각입니다. 하지만 보통 때가 아닌 위기시가 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통념을 근본원리이자 이치라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제 글에 나왔던 사례를 보면,

 

중앙은행이 통화를 대량 공급하고 있으니 -> 물가가 오를 것이다, 주식.부동산도 결국 오를 것이다,

 

이게 통념입니다. 통념의 흔한 구조는, 중간단계가 있는데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사이에는 중간단계가 있는데, 중간단계를 인식하지 못해서 오해가 생겼습니다.

 

여기서 생략된 중간단계는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기능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  ->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  통화량(본원통화+신용) 증가  

->  물가상승(주식,부동산 상승), 이었습니다.

 

평상시라면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은 자연스럽게 시중은행의 신용창조 -> 통화량 증가,로 이어졌을 텐데 위기 상황을 맞아 중간 단계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중앙은행의 본원통화 공급으로부터 막바로 인플레이션을 떠올리는 것은 결국 통념에 빠진 것입니다.  

 

두번째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금리도 내린다, 도 통념입니다. 역시 기준금리를 내리면 ->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에 -> 시중금리가 내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이렇게 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 -> 은행채의 수요와 공급 변동 -> 은행채 금리 변동 -> CD 수요와 공급 변동 -> CD 금리 변동 -> 시중금리(담보대출금리) 변동

 

평온한 시기에는 중간에 거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이 무리없이 작동하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금리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중금리도 내린다’는 통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비상 시기에는 통념(내지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은 위험합니다. 평온한 시기에 무리없이 작동하던 중간과정이 비상 시기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을 유념하시면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다른 경제현상(어쩌면 사회현상이나 인간관계에서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제 다음 글부터 최종 시나리오를 제시할 때가 되었네요.

 

제가 제시해드리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근본원리와 이치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기본지식과 근본원리들은 저의 앞선 글들에서 소개해드렸습니다.

 

시나리오를 어떤 방식으로 제시할까 고민하다가 좋은 신문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계레 신문에 실린 다음 기사를 보시면 경제전문가들이 08년에 나타난 현상의 분석과 09년에 나타날 수 있는 예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330129.html

 

저의 다음 글에서 이 기사에 실린 여러 의견들 중 제가 보기에 틀렸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한 저의 의견을 제시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는 것이 저의 의견과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을 비교하실 수 있으니 보다 균형잡힌 판단을 내리시는 데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기사에 나오는 08년 현상 분석과 09년 예상 시나리오 중 어떤 것을 제가 틀렸다고 생각할까요?

 

시험문제입니다 ^^ 일종의 오픈북 테스트인 셈입니다. (이 글에 댓글로 답안들을 제출해보시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필수사항은 아닙니다 ^^)

 

이 얘기는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이 기사에 의견을 제시한 경제전문가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최종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인 셈입니다.

 

여러분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실 수 없다면 결국 아무런 도움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요 ^^

 

근본원리와 이치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을 내리십시오.

 

제 글을 처음 보시는 분들을 위한 안내:

제 글은 처음부터 다 보셔야 합니다. 제가 설명드리는 사항들은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 보시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결국 스스로 판단을 내리실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 결국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