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그리스, 유럽의 재정위기, 폭락, 이제 어디로...?

유랑검 2010. 5. 7. 16:44

미국 주식시장이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미국 다우 지수는 347.80포인트(3.20%)나 하락했습니다. 언론기사 헤드라인에는 뉴욕증시 공황장세라는 표현도 보일 정도입니다.

 

특히 어제 미국증시 장 중에는 998.5포인트나 하락해서 공포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씨티그룹 소속으로 추정되는 어느 트레이더의 주문실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주문실수가 있기 전인 오후 2 이전부터 이미 주가는 낙폭을 확대하고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결국 폭락의 원인은 그리스로 상징되는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단시간 내 해소되지 않을 뿐 더러, 더욱 확산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글,

 

링크: 그리스 위기를 보는 관점, 국민주권국가 vs 신용평가사 2010.04.28

 

에서 그리스로 대표되는 재정위기 문제에 어떤 ‘해결’이란 없다는 사실을 정리해서 말씀드렸으니 읽지 않으신 분은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미국과 유럽의 주식을 비롯한 금융시장이 연일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폭락을 보이고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오늘 아침 언론기사 제목들을 보니, 이번에 큰 폭 조정을 보이면 저점 매수 기회라는 증권사의 의견도 보입니다. 과연 저점 매수 기회일까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알려면 근본원인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방향성에 대한 올바른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폭락의 와중에도 시장은 거짓말을 하려 하고 있습니다. 근본원인을 알고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면 또 속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 2월에 쓴 아래의 글에서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링크: 그리스, EU 사태를 보는 근본적인 관점 10.02.18

 

아래는 윗 글의 내용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윗 글을 읽지 않으신 분은 링크를 누르셔서 꼭 전문을 다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윗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아래 발췌 글 중간에 최신 데이터를 보강한 새로운 차트를 올려놓았으니 윗 글을 이미 읽으신 분도 다음의 발췌부분을 꼭 다시 읽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이 차트는 이번에 새 책 불편한 경제학을 출간하면서, 원래의 글에 올려드렸던 차트에 최신데이터를 보강하여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여 새로 그린 것입니다. 차트를 꼭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나머지 내용은 당시에 올렸던 원문 그대로인데, 당시 올린 원문의 내용이 지금까지의 사태 전개과정과 과연 부합하는지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뒤이어 어제 나온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언급을 소개해드리니 비교해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향후 사태의 진행방향에 대한 어떤 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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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를 바로 보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합니다.

 

도대체 왜 그리스에 대한 지원이 어려운 것일까

 

그리스의 국가부도사태 우려로 EU의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각국은 그리스에 섣불리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을 그냥 윤전기에서 찍어내면 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EU 중앙은행이 윤전기를 돌려 그냥 유로화를 더 찍어내서 그리스를 지원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왜 그리스를 지원하지 못하는가 하면, 그냥 찍어냈다고 돈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신용만 있다면 돈을 얼마든지 더 만들어낼 수 있지만, 반대로 신용이 없다면 돈을 더 만들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즉 신용(통화)시스템은 신용의 양으로 돈의 양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금본위제는 금의 양으로 제한된다는 사실만을 생각하고,

신용(통화)시스템에서는 종이돈이므로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고 자꾸 생각하는 데서 큰 판단착오가 생겨납니다. 이 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번 그리스, EU 사태는 물론, 세계 경제위기 전체를 꿰뚫어보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종이돈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면 EU가 그리스를 지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스를 지원하지 못함으로 해서 EU의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에, EU로서는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종이를 찍어낸다고 해서 돈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 글,

 

빚으로 지탱해온 경제성장

 

에서 사회 내의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소비수요가 부족하게 되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 소비수요 부족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빚’을 늘려왔다는 사정을 설명드렸습니다.

 

 

 

 

 

 

                                                                     (출처: 불편한 경제학에서 재인용)

 * 세 그래프 모두 점선부분이 시기가 일치하는 것인데, 딱 맞게 배열이 잘 안되네요. 세 그래프의 전개양상을 비교하면서 살펴봐주십시오.

 

 

윗 글에서 소개해드렸던 이 그래프는 미국의 상황을 나타낸 것이지만, 미국만이 아니라 EU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고 전 세계 경제가 처한 상황도 이와 똑같습니다. 이 그래프가 의미하는 것은, 이제 지구인들은 짜낼 수 있는 신용을 다 짜내서 돈으로 바꾸어 이미 모두 써버렸다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어느 금융전문가의 넋두리는 ‘신용을 다 써버려서 지구인들에게는 더 이상 신용이 남아있지 않다면, 이제 우주인에게서라도 신용(=)을 빌려와야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언급처럼 외계인에게서라도 빌려오지 못한다면 이제 지구상에는 더 이상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신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를 지원하고 싶어도 지원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EU의 신용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여기서 돈을 더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EU가 보유한 신용의 크기를 넘어서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는 그리스만이 아니라 EU 전체의 신용을 의심받게 될 수 있습니다. 즉 문제가 더 커져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EU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망설이는 것입니다.

 

......

하지만 그리스 사태의 파장이 워낙 커지니 지난 16일에 열렸던 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지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하는군요. 시장은 ‘지원 의지’의 확인으로 그리스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며 환호했습니다. ...

 

앞으로 구체적인 진행경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있습니다. EU가 어찌어찌하여 1차적인 지원을 결정해서 시간을 연장한다고 해도 최종적으로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도록 모든 지원을 다 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

(처음에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는 450억 유로라고 하더니, 이제는 1,100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금액도 부족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를 지원하면 남부 유럽의 돼지떼들(PIGS)이라고 경멸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오늘 아침에 보니 이탈리아 또한 통계를 조작했다는 기사가 눈에 띄는군요.

(포르투갈, 스페인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습니다.)

 

결국 EU가 역내의 모든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다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결국 EU와 유로화 전체에 더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서 EU에는 충분한 신용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을 구제하려면 7,920억 달러(JP모건의 추산)가 소요될 것이라고 합니다. EU가 이 금액을 지원할 수 있을까요?)

 

그러므로 EU가 그리스에 대해 구제금융을 제공할 것 같다는 이유로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은 넌센스일 뿐입니다.(지금은 상상이 안되실지 모르겠는데, 당시의 시장분위기는 이랬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신용의 크기를 넘어 통화를 증발하겠다는 얘기인데, 유로화에 재앙과 같은 크나큰 약세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이 조금 지나면 시장이 상황을 제대로 깨닫게 되면서, 유로화의 약세요인이라고 해석하게 될 것입니다.(결국 지금까지 이렇게 진행되어왔습니다.)

 

그리스, EU 사태는 통념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오늘날 대공황이 다시 나타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 중의 하나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떠받치고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서 떠받칠 수 있기 때문에 공황이 다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글자 그대로 통념에 불과한 것이고 오류에 빠진 생각일 뿐입니다.

 

대한민국, 미국, EU, 중국, 일본 어느 나라도 자국이 보유한 신용의 양을 넘어서서 돈을 더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리고 위 그래프가 보여주듯 세계 각국은 자국이 보유한 신용을 이미 다 써버렸기 때문에 돈을 더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리스, EU 사태는 이 점을 분명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그리스를 보면, 현재도 심각한 경기침체와 실업증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현재보다 재정지출 계획을 훨씬 더 감축하라고 합니다. 이는 공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소리와 같습니다.

 

그리스 사태가 터진 후 세계 각국 정부는 앞다투어 향후 재정지출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공표하고 있습니다.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각국 재무장관들은 기존의 경기부양책은 계속 유지하지만, 추가적인 경기부양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다짐했습니다. 당시 언론은 경기부양책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지만, 핵심은 ‘추가 경기부양조치를 취하지 않겠다’에 있습니다.

 

......

그리스, EU 사태는 오늘날의 경제위기 한복판에서도 신용(통화)시스템의 원칙을 무시할 수 없다(또는, 지켜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전세계는 이미 정해져있는 길, 공황이 심화되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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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계속 이어지는 글을 두번째 글로 올렸으니 참고해주십시오.

링크: 그리스, 유럽의 재정위기, 폭락, 이제 어디로...? 두번째 글

 

 

ㅇ 새로 나온 책 링크: 불편한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