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SBC 분석 "하락에 대한 우려 접을 때"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전세계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장에서는 반등의 성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약세장에서의 일시적 반등이냐, 본격적인 상승세 전환이냐를 두고.
그도 그럴 것이 불과 지난주초만해도 미국의 S&P500지수가 신저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 10월의 고점 대비 57%나 폭락한 것이었다. 그러나 단 1주일만에 지수는 17%나 급반등했다. 전저점까지 내려가지도 않았던 아시아증시도 덩달아 12%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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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랠리`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더 늦기 전에 올라타자`며 매수에 나서고 있다. `어차피 박스권이지`하는 투자자는 고점에서 차익 실현에 한창이다.
물론 답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늘 결과론일 뿐이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다.
HSBC도 이런 이유에서 정답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힌트라도 찾으려는 시도를 했다. 20일자 보고서에서 HSBC는 그 힌트를 과거 증시 역사에서 찾고 있다.
우선 HSBC는 지난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예로 들었다. 1929년부터 1940년까지 다우존스지수를 보면 35개월간 고점부터 저점까지 89%나 폭락했다. 1932년 41선이 바닥이었다. 그러나 바닥을 찍은 뒤에도 이듬해 2월말까지 반등하지 못했다.
반등의 신호탄은 1933년 3월4일에 있었던 루즈벨트 대통령의 취임식이었다. 그 취임식 이후 구제되지 못한 은행들은 문을 닫았고, 정부가 구제해준 은행들은 1주일 뒤에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금값을 올리면서 금본위제를 폐기했다. 이는 통화정책의 완화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달러가 하락하도록 허용한 것이었다.
이런 정책들의 결과로 경기침체는 1933년 3월에 마무리됐다. 다우존스지수는 그 뒤로 경제가 다시 침체국면에 들어간 1937년까지 5년간 371%나 뛰어 올랐다.
1907년 미국의 금융위기도 사례로 등장했다. 당시 새롭게 만들어진 트러스트뱅크들의 시스템적 실패가 금융패닉의 발단이 됐다. 이로부터 가파른 경기침체가 나타났다.
다우존스지수는 1906년부터 1907년까지 48% 급락했다. 그러다 1907년 11월15일에 지수는 바닥을 찍었다. 당시 최후의 부실 금융기관이던 월스트리트 최대 브로커인 무어앤쉴리가 구제된 그 시점이었다. 경기침체는 그 이듬해 6월에야 마무리됐지만, 다우지수는 2년간 90%나 급등했다.
HSBC는 그 다음으로 1990년대 스웨덴의 금융위기를 거론했다. 극심한 금융위기를 맞아 스웨덴은 부실은행의 모든 예금과 대출을 정부가 보증하기로 했다. 정부가 나서 은행들의 부실자산도 매각했다. 여기에 1994년 GDP의 15%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해 재정확대 정책도 폈다.
이처럼 재정확대와 통화완화, 은행 구조조정을 동시에 펼친데 대해 시장은 아주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스웨덴 OMX지수는 2년간 47% 급락하며 1992년 10월초에 바닥을 찍었다. 그리곤 200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877%나 폭등했다.
그 다음 예는 역시 1990년대 있었던 일본의 금융위기다. 당시 일본에서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이 한꺼번에 꺼졌다. 토픽스지수는 1989년 마지막날부터 1992년 8월까지 62% 급락했다.
그리곤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첫 반등랠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당시 일본은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쓰지 않았다. 제로금리로 내려간 것은 1999년이었다. 또 정부는 여러 해동안 은행들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러다보니 지수는 계속 반등을 시도하면서도 박스권에 갇히고 말았다. 문제는 반등할 때 고점은 늘 같았지만, 하락할 때 저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는 점이다.
HSBC가 끝으로 예를 든 것은 1965년부터 1982년까지 미국의 침체기였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제조업 경쟁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전형적인 디플레를 겪었던 시기다.
당시 다우지수는 1965년부터 1982년까지 600~1000선의 넓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일본의 장기불황 때처럼 미국도 구조적인 인플레를 해결하지 않았고 재정적자와 생산성 저하를 방치하고 말았다.
폴 볼커가 인플레를 해결하고 레이건이 규제완화를 시작하면서 미국경제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시기는 1984년쯤이었다. 20년 가까이 걸린 셈이었다.
HSBC는 이런 과거 위기의 역사들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과거 경제위기국면에서 최후의 부실은행이 구제되면서 은행 시스템이 제자리를 찾고, 통화정책이 적극적인 완화기조로 갈 때 주식시장은 바닥을 찍고 랠리를 보였다"며 "그리고 그런 랠리는 아주 강했다"고 결론 내렸다.
HSBC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가들이 적극적인 통화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쓰고 있고 이미 일부 지표들은 바닥권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남은 조각은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 또한 은행권 부실자산 인수와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은행 국유화 등의 계획 발표를 계기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SBC는 "이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식시장은 현 시점에서 하락보다는 상승쪽으로 갈 확률이 더 높은 것은 분명하다"며 "이번 반등이 베어마켓랠리라 하더라도 증시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접을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런 과거 위기의 역사를 보면 이번 위기에서의 지수 하락폭이 만만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57%나 하락했는데, 이는 1930년대 대공황 때보다 크고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66%와 비슷하다.
경기침체 기간을 봐도 대공황 이후 가장 긴 침체기는 16개월이었고, 1900년부터 보더라도 24개월 이상 침체기가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1900년 이후 평균 경기침체 기간은 14개월이었다. 이번 금융위기의 경우 2007년 12월부터 벌써 15개월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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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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