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수원일보 환경칼럼(2011.5.12) - 인류멸망의 지름길, 환경범죄
[포럼] 인류멸망의 지름길, 환경범죄 | ||||||
김정섭(환경예술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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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리카에서 파견근무를 끝내고 귀국하던 현직 외교관의 이삿짐 속에 상아가 발견돼 물의를 빚고 있다.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들의 일탈 행위가 최근 들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그 밀수품의 종류가 바로 상아(象牙)이기 때문에 단지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타락’ 행위로 단순히 넘어가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문제의 외교관이 근무하던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내전상황에 있는 지역으로 교민들의 안전문제도 심각하게 여겨지던 곳이다. 이런 곳에서 근무하던 외교관의 이삿짐에서 적발된 상아에 대해서 본인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가공되지 않은 그대로의 상아가 16개, 그것도 60kg에 달하는 무게의 짐을 본인이 모른대서야 전혀 이해가 되지 않을뿐더러 국민의 입장에선 우롱을 당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더구나 상아의 출처에 대해 ‘선물로 받아 보관해온 상아인데, 현지인에게 이삿짐을 싸라고 맡겨 놔 몰랐다’고 주장한다니, 국제적인 거래금지 품목인 상아를 한 국가의 외교관이 선물로 받아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기가 막힐 뿐이다.
최근 중국과 북한에서는 상아 밀수입으로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상아는 공예품이나 피아노의 건반 재료로도 사용되기도 하는데, 수요는 많지만 코끼리를 죽여서야 얻을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kg당 1800달러(약 190만원)에 거래가 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야생동식물의 포획과 멸종을 막고자 1973년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ITES)’을 체결했고, 우리나라도 1993년에 가입했다. 이 협약에는 국제무역에서의 불법적인 야생동식물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5000여종의 동물과 2만8000여종의 식물 등 약 3만3000종의 생물종이 등재돼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호랑이나 곰, 뱀 등의 한약재나 보신재료의 목적으로 밀수입하는 동물들로 자주 뉴스에 오르내리곤 했는데, 이번처럼 상아가 대량 적발된 것은 주목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범죄는 국제적으로 조직적이고 거래규모도 엄청나기 때문에 야생동식물의 밀매 시장은 연간 약 20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수익성은 마약 밀매와 맞먹으면서도 적발될 경우 처벌은 가벼워 범죄자들의 돈세탁이나 테러국의 비자금에 이용되고 있어 인터폴에서 환경범죄만을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인터폴의 발표에 의하면 환경범죄는 이제 멸종위기의 희귀 동식물뿐 아니라, 오존층 파괴물질이나 유해폐기물질까지도 불법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한다. 이젠 마약이나 인신매매, 무기밀거래뿐만 아니라 환경범죄도 하나의 커다란 범죄의 테두리 안에서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가지게 됐다.
환경범죄의 끝은 인류의 멸망이다. 비싼 돈에 호사가들에게 팔리고 죽어가던 희귀 생물종들이 어느 날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보증수표도 함께 사라지고 만다. 생물종다양성은 그 자체로 인류를 구원해줄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환경범죄에 대해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국가 간 정보교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국내에서도 희귀 생물종에 대해 파악을 해 밀수입은 물론, 밀수출에 대한 감시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환경범죄는 환경과 인간에게 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점을 모든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
환경범죄는 한 사람이나 단체, 국가의 노력만으론 절대 해결될 수가 없다. 국가 간 사법 공조체제의 구축과 무역제재 등 공동의 대응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더욱 강한 처벌과 홍보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또다시 이번과 같이 부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더욱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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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수원일보
http://www.suwon.com/news/articleView.html?idxno=65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