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케네디언님의 시각

향후 10년, 부동산 구매력 급속히 준다

유랑검 2010. 11. 23. 12:55

큰 흐름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가계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주택 가격 때문이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더구나 그 주택가격이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말씀드렸고요. 물론 이 밖에도 향후 주택시장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힘들어 이자만 내는 가계가 79%에 이르는 데도 ‘집값 바닥론’이 난무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금만 크게, 그리고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의 ‘집값 바닥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 모든 것을 짚을 수는 없고 향후 2010년대 국내의 부동산 구매력 총량이 어떻게 변해갈지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 향후 인구동태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당장 몇 년 안에 가시적인 영향력이 나타날 경제활동인구와 주택수요 연령대(35~54세) 인구의 감소, 그리고 급격한 고령화 등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피터 드러커가 인구를 미래를 가장 확실히 내다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표 중 하나라고 언급한 것도 괜히 한 말이 아닐 겁니다. 이 같은 인구동태구조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이 너무나 뻔한데도 아직도 많은 분들이 미몽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합니다.

 

특히 부동산업계에서는 "인구는 줄어도 주택의 수요 단위인 가구수는 늘므로 집값은 안 떨어진다"고 주장합니다. 얼마 전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이 같은 부동산업계의 주장을 되풀이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들이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알고서도 일부러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터무니없는 주장입니다. 제가 여러 차례 주장했듯이 늘어나는 가구수의 상당 부분은 1~2인 가구여서 상대적으로 소득 여력이 적은 집단이어서 현재 수도권의 4억~5억원 이상 가는 중대형 아파트를 받쳐줄 유효 수요 집단이 아니라고 설명드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연령대별로 늘어나는 가구수를 구분해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우선, 아래 <도표1>을 보면 부동산정보업체나 삼성경제연구소 주장이 ‘가구수가 늘어난다’는 사실 자체를 왜곡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얼핏 보기에는 그들의 주장이 과히 틀린 말이 아닌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인구가 주는데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통계청 추계 자체가 상당히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통계청 추계를 검증해 본 바로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했지만, 조금 어려운 이야기이므로 생략하고 통계청 추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합시다.

 

<도표1>

 

그런데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 가계의 부동산 자산 추이를 보면 20대부터 자산 축적이 시작돼 5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60대부터는 부동산 자산 규모가 줄어듭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이 왕성하게 늘어나는 연령대는 30대 후반과 40대 전반입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상식과 일치합니다. 이는 50대 전반까지는 신규 주택수요라고 할 수 있지만, 60대부터는 기존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오히려 처분하는 세대라는 것입니다. 그럼, 향후 늘어나는 가구수가 모두 60대 이후 세대라면 어떻게 될까요?

 

<도표2>

 

가구수 추이를 연령대별로 분리한 <도표3>을 보십시오. 20대에서 50대의 신규주택수요세대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실 20대는 주택 구매력이 약하므로 이들 가구수를 제외해도 2011년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반면 60대 이상 주택보유세대 수가 가파르게 늘어나게 됩니다. 즉, 늘어나는 가구수의 거의 모두는 노후 연령 세대에서 늘어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구수가 늘어나는 것은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락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보유한 주택을 처분하는 수요가 늘어난다는 뜻이니까요.

 

<도표3>

 

그 같은 추정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해봤습니다. <도표2>에서 나타난 연령대별 부동산 자산 규모 증가치에 연령대별 가구수 증감치를 곱해 지수화해 봤습니다. 총량 관점에서 본 국내 부동산 구매력 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나더군요. 그 결과를 요약한 <도표4>를 보면 부동산 구매력 지수는 2000년부터 이미 줄기 시작해 2010년대에는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가듯 떨어지게 됩니다. 200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91.5(2010년)→67.2(2020년)→24.4(2030년) 수준으로 급감하게 됩니다.

 

2000년대에는 부동산 구매력 지수 감소폭이 크지 않은데다 투기 거품 때문에 5년치 이상의 수요를 미리 당겨 소진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부풀어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미래 수요를 당겨 써버려 대부분의 수요풀이 바닥난 상태에서 최저금리 수준에서도 주택가격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일부 언론이 선동보도로 아무리 떠받쳐봐도 판단의 경계선상에 있는 일부 저가 소형 매매가 일시적으로 움직일지는 몰라도 수도권 주택시장의 핵심인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이기란 어렵습니다.

 

<도표4>

 

지금도 이런 상황에서 2~3년 후부터 앞서 설명한 대로 부동산구매력이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하면 주택시장에는 어떤 충격으로 다가오게 될까요.  일본의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진 이유도 부실채권 정리 지연 및 ‘좀비 건설사’ 먹여살리기 등 구조개혁의 지연도 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구매력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겁니다. 다만 제가 안타까운 것은 지금 부동산 거품을 빼면 일정하게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진 뒤 몇 년 후에는 복원력을 회복할 수도 있을 텐데, 이처럼 주택 거품 빼기를 질질 미루다가 인구 요인에 의한 부동산 구매력 감소의 직격탄까지 맞으면 일본처럼 정말 장기 침체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는 겁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12 9일 열리는 우리연구소 내년 경제전망세미나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면관계상 전국 자료만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세미나에서는 지역별로 세분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사실 큰 흐름에서 수도권이든 지방 광역시든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행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저희 연구소포럼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