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사진으로 둘러보는 다마신도시 4

유랑검 2010. 9. 6. 08:57

중밀도 지구 둘러보는 것을 마치고 이제 순환버스를 타려고 한층 아래인 자동차도로로 내려갑니다.

 

 

 

 

 

5층짜리 아파트단지가 한층 위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꾸물꾸물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둘러보던 중에 비가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참고로 계속 날씨가 흐린 상태였기 때문에, 사진이 전반적으로 어둡게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고 중밀도 지구를 벗어나니 대부분 단독주택지입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버스 안에서 창밖을 찍은 사진이라 만족스럽진 않지만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단독주택들만 있는 것은 아니고 아래 사진처럼 군데군데 연립주택들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연립주택을 아파트라고 부르는 듯 합니다.

 

 

 

 

 

 

 

다마센터역 북쪽(제가 둘러본 곳은 남쪽)으로는 아래와 같은 고층아파트들도 보입니다.

 

 

 

 

 

다마센터역에서 북쪽 방향으로는 모노레일이 뻗어나갑니다. 원래 계획은 이 모노레일을 타고 북쪽 지역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려고 했는데, 중밀도 지구를 넋을 잃고 쳐다보느라 시간이 늦어져서 포기했습니다.

아쉬운 대로 이 정도에서 다마신도시 구경을 마쳤습니다.

 

제가 다마신도시 전체를 다 둘러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또 다른 역인 미나미오사와 역 근처에 위치해있다는 벨콜린미나미오사와 단지 같은 곳도 꽤 자주 거론되는 유명한 아파트 단지라 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둘러본 범위 안에서 다마신도시의 배치구조를 살펴보면,

지하철역 근처 고밀도 지구에는 일부 고층아파트가 배치되어 있고(비율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 다음은 중밀도 지구에 5층짜리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 외 지역은 대부분 단독주택지입니다(일부는 연립주택들이 섞여 있음).

 

지난 글에서 설명드린 입체화된 공간구조(자동차와 사람의 동선 분리)는 중밀도지구에 적용된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동안 아래 사진처럼 미분양지가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다마신도시는 한꺼번에 개발된 것이 아니라 몇 십년 동안 순차적인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개발 도중에 1990년부터 부동산버블이 붕괴되는 비운을 맞았습니다. 그 때문에 토지 분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도시들은 모두 개발계획을 완결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2기 신도시들은 애초의 개발계획대로 완결을 보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여러 가지 대형 개발사업들이 좌초되고 있는 중이지요.

 

 

다마신도시는 일본에서도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케이스로 유명합니다.

특히 젊은 층들이 계속 동경도심으로 빠져나가다보니 노년층 비율이 높아서 올드타운의 대명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초등학교 5, 중학교 5곳이 각각 폐교됐습니다.

 

그 결과 도시 전체가 활기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그 동안 제가 올려드린 사진들을 보면서 느끼셨는지 모르겠는데, 길거리가 매우 한산합니다. 사람도 자동차도 적습니다.

중심상업지역인 파르테논대로 조차도 동경의 다른 지역(주택가 주변의 상업지)에 비하면 한산한 편입니다.

중심상업지역 조차 활기를 띄지 못하니 근린상가들이 침체할 것은 당연합니다(소비가 왕성한 젊은 층 인구가 특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단독주택지 대로변 근린상가들의 경우 빈점포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발표하는 주택지 가격 통계(일본의 부동산 통계는 지가를 기준으로 함)를 보면,

 

1990년대초 다마신도시의 주택지 평균 공시가격은 ㎡당 60만엔(평당 198만엔)을 넘어서서 정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하락하기 시작해서,

 

1998년에는 ㎡당 30만엔이 됩니다. 반토막이 난 것입니다.

반토막이 났는데 더 떨어지랴 싶을 수 있는데,  

 

1월 현재 주택지 평균 공시가격은 ㎡당 184000엔입니다.

반토막 난 데서 다시 40% 가까이 더 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우선 다마신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의 부동산 가격 하락 때문입니다.

일본의 부동산 가격 하락을 보고 있으면, 지나치게 높이 쌓아올린 부동산 버블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고,

40,50대 인구가 줄어든다는 인구학적인 요소가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의 위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마신도시의 경우는 동경 도심보다 더 하락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다마신도시처럼 도시로써 환상적일 만큼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곳에서 왜 젊은 층들이 계속 빠져나갈까 하는 문제를 추가로 고민해봐야 합니다.

 

주거환경은 지금까지 살펴보신 것처럼 매우 훌륭합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서 보행자와 자동차의 동선을 분리시킨 것인데, 이는 도시 전체는 아니고 중밀도 지구에 적용된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같은 관점, 거주민의 생활 환경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관점이 도시 전체의 설계에 적용되어 도시 곳곳 세심한 곳까지 배려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 다마신도시를 보면,

결국 부동산에서 위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첫째도 위치, 둘째도 위치, 셋째도 위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도심에 가깝고 교통이 편하다 한들 도심 자체보다는 멀 수 밖에 없습니다.

위성도시, 베드타운 자체가 갖는 한계이지요.

 

다마신도시는 60년대 중반 개발에 착수해서 71년에 최초 입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례는 당연히 우리나라 신도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거의 모든 것을 베끼던 시절입니다.)

 

단지 사이의 가로수가 우거진 보행자길은 얼핏 과천의 관악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사잇길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분당 서현역의 AK플라자(구 삼성플라자) 뒤쪽에서 대로 건너편의 아파트 단지로 이어지는 육교다리도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그 정신을 배우기 보다 겉으로 흉내만 낸 것입니다. 서현역 뒤쪽의 육교 다리는 공중에 뜬 다리일 뿐 그 곳이 보행자 위주의 공간이라고 우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건 아마도 브리핑 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분당의 개발계획을 세우던 당시까지는 아직 다마신도시가 실패사례로 인식되기 이전이니, 브리핑하면서 이 부분은 일본의 유명한 다마신도시에도 적용된 컨셉입니다라고 한 마디 하기 위한

 

다마신도시의 인구감소가 문제점으로 부각되면서 판교신도시를 설계할 때는 베드타운을 극복하려는 시도로서 벤처밸리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판교 역시 태생적으로 위성도시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자체로 완전히 자족기능을 가진 도시는 못 되는 것입니다. 이는 분양을 할 때나 현재 판교의 거주민들이나 모두 강남에서 가깝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 다마신도시의 사례를 우리나라 신도시의 사례와 직접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신도시와 비교하면 다마신도시는 도심으로부터 좀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25㎞쯤 떨어져있는데, 분당의 경우는 20km 이내에 위치해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일본의 경우 자가용 출퇴근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큰 차이가 나지는 않을 듯 합니다.)

 

우리나라의 신도시들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업무지역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태생 자체가 위성도시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판교가 아무리 강남에 가깝다 한들 강남 자체보다는 먼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업무지역을 갖추고 있다고는 하나 도심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문화시설, 편의시설도 도심보다는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서울 도심의 주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일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심으로 인구 회귀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요즘 도심의 업무용 빌딩 공실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심의 임대료가 싸지면 위성도시에 입주한 기업들도 도심으로 회귀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애초에 신도시로 간 것은, 도심의 중심업무지구의 임대료가 너무 올라서 부담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일본의 경우와 같은가 다른가 하는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당연히 일본의 경우와 다를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부동산을 서로 비교할 때, 일본에는 고밀도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흔히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마신도시가 자꾸 거론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일본에서 그나마 이 곳에 아파트가 제법 있기 때문입니다. 동경 도심을 살펴보면 고밀도 아파트가 거의 없습니다.

(다마신도시마저도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것처럼 역주변에 고밀도 아파트가 좀 있을 뿐 중밀도 지구로만 가도 5층 이하이거나 타운하우스이고, 도시 전체로 보면 대부분 단독주택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일본과 달리 고층아파트의 슬럼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생겨나게 됩니다. 반면 일본은 최소한 슬럼화라는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보다 사정이 훨씬 나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한번 정리하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지하철 소요시간과 관련하여 지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드린 부분은 오류임이 판명되어서 바로잡고자 합니다.

 

다마신도시에서 신주쿠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3종류가 있습니다. 빠른 순서대로 급행, 쾌속, 보통, 이렇게 셋입니다. 신주쿠역에서 다마신도시로 갈 때는 중간인 쾌속지하철을 이용했는데 44분이 걸렸습니다.

돌아올 때는 쾌속을 탔다가 중간에 급행으로 갈아탔는데 37분 정도 걸렸습니다. 처음부터 급행을 탔다면 신주쿠역까지 30분 이내로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저의 글에 대해 snova님께서 아래와 같이 오류를 바로잡아주셨습니다

 

snova s-n***

세일러님, 글 잘 읽었습니다. 한가지만 지적할께요. 제가 한 3~4년 전에 타마센터에서 신주쿠로 한 정거장 앞쪽인 나가야마라는 곳에 살았었는데 신주쿠까지 전철로 30분 이내에 갈 방법은 없습니다. 쾌속, 급행은 거의 정차역이 비슷하고 특급, 준특급이 중간에 건너뛰는 역이 더 많아서 빠르긴 한데 타마 쪽은 안가구요, 쵸후라는 곳에서 갈아타야 합니다. 기다리는 시간 고려하면 그냥 신주쿠에서 급행을 타고 가는 게 가장 빠른데 타마 센터까지는 케이오센, 오다큐센 둘 다 44분 정도 걸립니다. 10.09.01 12:45

 

 

제가 바로 snova님께서 말씀하신 쵸후역에서 갈아탔습니다. 제가 갈아탄 것이 급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고 특급이었나 봅니다.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오류를 바로잡아주신 snova님께 감사드리면서, 지하철 소요 시간은 44분으로 바로잡습니다.

 

참고로 신주쿠역에서 다마신도시로 갈 수 있는 지하철은 snova님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게이오선과 오다큐선 2개 노선이 있습니다.

 

지하철 요금은 신주쿠에서 갈 때는 430, 돌아올 때는 330엔을 냈습니다. 방향에 따라 요금이 다른 모양입니다. (이 점이 정확한지 다마신도시 거주 경험 있는 분들이 확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지하철 요금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다마신도시가 인기가 없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주쿠역에서 8 정거장 떨어진, 동경의 최고 인기 주거지인 기치죠지역까지도 210엔이 나옵니다. 요금이 가장 저렴한 JR선이 이 정도이니 동경에서 지하철 요금은 원래 비싼 편임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듯 합니다.

 

 

 

ㅇ 책 링크: 불편한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