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라는데...
2. 주식시장의 거짓말
3.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조라는데...
(1번과 2번 글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서로 관련을 맺고 있는 글이니 두 글을 먼저 읽고 나서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ㅇ 비관적인 전망을 수정해야 하나?
간혹 저에게 시장상황이 지금과 같은 정도면, 경제전망을 비관적으로 보는 저의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댓글로 얘기 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에 대해 흥미있는 현상이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저는 작년 10월 중순에 에코버블의 반환점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관련 글: 기저효과의 후폭풍), 당시만 해도 저의 견해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를 주시는 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와 지금 시점을 비교해보면,
종합주가지수는 그 당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박스권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물론 최근 전고점을 넘어서긴 했습니단, 아직까지는 휩소(whipsaw, 거짓 눈속임)로 볼 수 있는 수준 정도일 뿐입니다.)
달러인덱스는 작년 11월 이래 완연하게 추세를 반전하여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
달러인덱스가 아니라 원달러 환율로 본다면, 달러인덱스에 대해 지체현상을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11월말 시점과 비교해서 그리 많이 떨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중순 당시와는 달리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VIX의 영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변동성 지수인 VIX(Volatility Index)는 흔히 ‘공포지수’라고 불리면서 시장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집니다.
VIX를 ‘공포지수’로 부르는 것은 매우 적절한 듯 합니다. 요즘 VIX의 수치가 17 밑으로 떨어졌는데, 요즘 저 자신의 심리상태를 돌아보아도, 저 스스로도 많이 평화롭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평화롭게 느껴진다는 이 말은, 경제상황에 대해서만 한정해서 하는 얘기입니다.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글, '외국인 동향, 국가의 신용, 그리고 천안함 ...' 을 올렸으니 참고해주십시오). 아마 반복되며 질질 끄는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위기’라는 상황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이와 같은 시장의 심리 상태를 고려할 때도 이제 에코버블이 끝날 때가 다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
사람들의 심리가 풀어질 때,
이 곳 아고라의 심리상태마저 바뀔 때,
괜히 쓸데없는 비관론에 젖어 있었다며 아고라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길 때,
경계하느라 부릅떴던 눈에 졸음이 밀려들고, 마지막까지 깨어있던 사람조차 눈꺼풀이 가물가물해질 때,
그때가 위험할 때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지금 정도가 이러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렇게 보면 이제 에코버블이 무너져 내릴 마지막 준비까지 다 갖춰졌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줄곧 비관론을 말하는 세일러가 낙관론으로 돌아설 때가 그때라고 말씀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쉽게 낙관론으로 돌아서게 될 것 같지는 않고, 지금 저의 마음도 매우 평화로워졌으니 이만하면 이제 하락할 때가 다 된 것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시장의 심리가 안정되었으니 이제 주식시장이 하락해도 평화로운 하락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매수 기회라며 새로이 개미투자자들이 유입될 듯도 합니다. 이만하면 시기가 무르익은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쯤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한 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ㅇ 아고라는 한국 경제가 망하게 되기를 원하는 것인가?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저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계속 좋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계속해서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더 이상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의 실직으로 가정이 송두리째 파탄나는 일이 생겨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영업 하는 분들은 장사도 잘 될 것입니다. 그동안 일자리를 잃고 실의에 빠졌던 분들은 이제 다시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경제가 좋아져서 일이 이렇게 진행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간다면 이처럼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이 곳 아고라에 들어오는 모든 아고리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고리언들 중에 이러다 경제가 살아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저는 환율도 계속해서 더 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소망하는 것이 풀뿌리 외환보유고의 취지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환율이 계속해서 더 떨어지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만에 하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은 풀뿌리 외환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한 것입니다.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았는데, 그동안 환율이 떨어졌으니 손실이 생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디 이대로 환율이 올라가지 않아서 손실이 그대로 굳어지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이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은 사람의 심정일 것입니다.
저는 저의 예측이 틀려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희망합니다.
다만 아무리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세계 경제가 공황이 심해지는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고,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자고 비관적인 예측을 계속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견해가 틀린 것으로 판명나서, 저 스스로 견해를 수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한 번 주장했다고 해서, 저 스스로 객관적인 여건이 바뀌었다고 판단되는데도 체면 때문에 저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의 견해를 수정하려면, 시장에서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 때문에 수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경제지표가 바뀔 때 수정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며칠 동안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한 번씩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견 객관적인 경제지표들이 좋게 보이기 때문에, 저의 견해를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ㅇ 미국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최근에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4월 1일 발표: 미국 3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56.5에서 59.6으로 상승, 이는 200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임.
S&P500지수는 0.74%(8.67포인트) 뛴 1178.10으로 마감,
다우지수는 0.65%(70.44포인트) 오른 1만927.07로 마감하여 두 지수 모두 18개월래 최고가 기록.
2. 4월 2일 발표: 3월에 16만2천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3년래 최대규모의 일자리 증가를 기록.
그동안 각종 경제지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유독 고용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해왔으나, 이제 일자리가 늘어남으로써 고용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회생의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줌.
증시는 聖금요일로 휴장
3. 4월 5일 발표: 지난 2월 미국의 미결주택 판매가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증가. 전월대비 8.2% 증가. 이는 지난 2001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임.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2월 잠정주택판매가 전월비 1%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음.
이날 같이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비제조업(서비스업)지수도 55.4를 기록했는데, 이는 4년만에 최고 기록임.
S&P500지수는 9.34(0.79%) 오른 1187.44로 거래를 마침,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46.48포인트(0.43%) 상승한 1만973.55
이상의 경제지표를 보면,
제조업지수와 서비스업지수가 모두 좋게 나오고 있고,
고용지표와 주택지표도 좋게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S&P500지수와 다우지수가 연일 18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저는 미국경제의 물방울 고문상황에 대해 설명드리면서, 주택가격 하락과 실업증가가 악순환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주택지표도 좋아지고 고용지표도 실제로 좋아지고 있다면 당연히 저의 견해를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견해를 수정할 생각이 없는 것은, 이들 지표의 개선이 일시적인 것일 뿐, 지속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ㅇ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가장 필요한 생각은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아무 이유없이 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경제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그냥은 없습니다.
3월에 어떻게 해서 고용이 늘어난 것일까요?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지표의 연관관계를 보면,
제조업 지수 호전 -> 서비스업 지수 호전 -> 고용 증가, 입니다.
제조업 지수가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니 서비스업도 호전되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일자리가 다소 증가한 것입니다.
이때 가장 시발점이 되는 제조업이 호조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지난 글을 통해서 설명드린 적이 있는 재고효과 때문입니다.
관련 글:
재고효과에 대해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다음의 ISM 제조업 주문지수입니다.
제조업에 대한 주문지수를 보면 2009년 하반기부터 지금에까지 이르는 기간 동안, 지난 2006년보다도 더 많은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06년은 주택 버블에 따른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한 과소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입니다. 당시보다도 더욱 많은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제조업이 호조를 보이는 것도 당연합니다.
어떻게 지금이 2006년보다도 더욱 많은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 주문은 소비자들의 주문이 아니라 유통업체들이 제조업체에 내는 주문임을 생각해보면 사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 주문을 내는 것은 최종소비자들이 아니라 유통업체인 대리점들입니다. 즉 재고효과로 인해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에 발주하는 생산주문이, 최종소비자들의 소비 증가분보다 더욱 증폭되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소비의 절정기인 2006년보다도 제조업체에 대한 주문이 더욱 커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현재 왜 미국 제조업체들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위 그래프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의 제조업 주문지수가 유지될 수 없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을 경제전문가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분석기사에서 이러한 내용을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그냥 제조업 지수가 호조라고만 말하며, 이 때문에 주식시장이 오를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의 제조업에 대한 주문지수는 과열상태이며 현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제조업체들이 보이는 일시적인 호조는 사그러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떤 언론기사에서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루비니, 크루그먼 교수 등이 재고효과에 대해 경고하고 있으나 거의 주목받고 있지 못합니다.)
그 때문에 일반 개미투자자들은, 제조업체들이 보이는 호조가 경기가 되살아나는 징조라고 쉽게 믿어버립니다.
현재의 시장은 이런 심한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ㅇ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적적인’ 경기회복
재고효과는 우리나라 제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제 분업 때문에 최종 소비시장인 미국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동났다" 중소 수출업체 비명 한국경제
이 기사에 따르면 중소 수출업체들이 컨테이너를 못구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글은 30년금형경력님께서 저의 글에 참고하라고 올려주신 답글입니다.
그 내용을 보면, 공단에 지금 일거리가 넘쳐나고 있다고 합니다. 공구상가에 부품 납품업체들은 물건이 없어서 못팔아 먹는다고 얘기하는 곳도 더러 있을 정도라고 써주셨습니다.
얼마 전 발표된 우리나라의 3월 수출실적은 크게 증가했는데, 특히 반도체가 123.8% 증가(전년 동기 대비), 자동차부품이 105.5% 증가로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여 유난히 두드러진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제가 아주 ‘기적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늘 찍은 강남역 부근 전경...(경기가 살아난다????)
운칠복삼님께서 올려주신 글인데, 우리나라 최고 상권 중 한 곳인 강남역 일대의 ‘임대’ 간판을 내건 상가 현황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계십니다.
그 사진들을 보면, 이런 불경기가 없는 듯 합니다. 강남역 쪽 만이 아니라 다른 특급상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얼마 전 청담동 쪽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거기도 예전 같으면 ‘임대’ 간판이 내걸린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입지인 곳에 ‘임대’가 내걸린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서울 전역의 사정이 비슷할 것입니다.
다음 글은 30년금형경력님의 글, 시화공단및 부천의 공장가동율현황, 에 대해
정재선 s-***
석유 화학회사 가동율 확인바랍니다. 30년 지기가 김해에서 조그마한(종업원 마눌 포함6명)프라스틱 압출공장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올해들어 일요일 쉬어본적 없다고 하소연입니다. 실제 공장가 만나보니 눈이 퀭하니 피곤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abs 등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 생산이 곤란하다고 푸념입니다. 친구 왈, 한화 석화는 3~4년 공장 누적 적자를 최근 6개월 가동으로 흑자로 돌렸다며, 가격이 올라도 공급 부족으로 납기 준수가 어려워 스트레스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근처 자영업하는데 돌아보면 가계마다 파리만 날리고 빈 건물도 수두록하고, 정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상의 글들을 통해 살펴본 우리나라의 경기동향을 보면, 제조업은 극적인 호황이고 그에 비해 서비스업은 극심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번 저의 글을 통해 정리해드린 재고효과 때문입니다(관련 글: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재고효과)
지난 3월의 수출실적 중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부품에서 유난히 두드러진 증가율이 나타나는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완제품보다 부품과 원자재로 갈수록 재고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표 호조의 근저에는 재고효과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재고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저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표 호조는 견해 수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재고효과가 종료되고 나서도 경기가 호조를 유지한다면 저의 견해를 다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그동안 여러 번 강조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경기를 판단할 수 없고, 미국의 경제사정에 달려있으므로, 관건은 미국의 재고효과를 봐야 할 것입니다.
ㅇ 또 다시 반복되고 있는 주택 관련 지표에 대한 거짓말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증가’하며 호조를 보였다는 지난 2월의 미결주택 판매 기록에 대해서는, 두번째로 반복되고 있는 거짓말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미결주택 판매’란 우리로 치면, 계약은 체결했지만 아직 중도금과 잔금을 치르지 않음으로써 완결되지 못한 주택 거래계약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이 미결주택 판매가 예상밖 호조를 보인 이유는, 미국 정부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 지원혜택을 4월말(지난 번에 연장된 것임)까지 주기 때문입니다. 4월말로 끝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4월말까지 계약이 완결되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2월의 미결주택 판매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택 관련 지표에 대해서 이처럼 뻔히 예상할 수 있던 것을 ‘예상과는 달리’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하는 거짓말은 이미 한 번 경험했습니다.
관련 글: 미국 시장의 거짓말, 들통나다
ㅇ 과소비의 증발을 메울 길이 없다...
그동안 미국 경제는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한 과소비(=빚내기)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주택 버블의 붕괴에 따라 과소비가 일순간 사라져버렸습니다.
이를 메울 길이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경제의 운용에서 ‘그냥’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소비가 살아난다는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소비의 원천은 소득과 빚인데, 그동안 미국의 과소비는 소득으로 뒷받침될 수 있는 정도를 훌쩍 넘어선 것이어서, 자산효과를 바탕으로 한 빚에 의존해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더 빚을 낼 수가 없습니다.
우선 잔뜩 위축된 은행들이 더 이상 소비자들에게 대출을 안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올해에만 벌써 41개의 은행이 파산했습니다. 가계도 신규대출을 일으킬 자신이 없습니다. 제공할 담보도 여의치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빚을 갚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마침 4월 7일에 지난 2월의 소비자 신용 동향이 발표되었습니다.
2월 미국 소비자신용 잔액은 115억달러 감소한 2조4500억달러를 기록하여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습니다.
차트를 보면 지난 1월에 그래프가 살짝 들렸던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의 소비가 살아난다고 얘기되어지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2월 들어 재차 하락으로 돌아섰습니다.
또 다른 소비의 원천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른 보조금 지급입니다. 사실 그동안 이를 바탕으로 경제의 붕괴를 일단 막아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힘이 부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전체 신용시장 상황을 분석해보면 잘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이 게시판에 올리기는 너무 번잡해서 생략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M3 동향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미국의 M3와 M2의 증가율을 나타낸 차트입니다.
M3가 -4%에 이르는 감소를 보이고 있고, M2는 M3의 추세를 따라 증가율이 점점 낮아지면서 0%에 접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스를 필두로 한 EU의 재정위기 사태는 세계 각국의 재정적자 확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의 통화량(M3 기준)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데, 지난 3월말로 주택모기지 MBS의 매입이 종료됨으로써 가장 중요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으로부터 철수해버렸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4월말이면 주택구입에 대한 세제 지원혜택도 종료되어 미국의 주택시장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미국 경제의 물방울고문 상황은 디레버리지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인데, 미국의 총부채 현황은 여전히 370%를 넘고 있어서 디레버리지가 아직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여러 경제지표들 사이에서도 아래의 기사에서 보듯이 암울한 전조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美 3월 기업파산 신청 20% 급증 아시아경제
제목은 3월의 기업파산이 전월 대비로 20% 급증했다는 얘기인데, 기사 본문을 보면 개인까지 포함한 총 파산신청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월 대비 35%가 증가했습니다.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들의 파산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문 중에서, 조지아주립대학교 잭 윌리암스 법학교수는 "경기 회복 징후에도 불구, 2분기 기업 파산 건수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어 "기업파산 추세가 둔화될 조짐이 없다"며 "파산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는 데 대한 대타로서 많이 거론되던 것이 중국의 내수 확대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 경제는 고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세계인의 찬탄을 샀습니다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내수가 확대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중국은 부동산 버블을 의도적으로 조장함으로써 고정투자 비율이 더욱 증가했을 뿐입니다.
요즘 중국경제는 중대 고비에 이른 듯 한데,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정리하려고 합니다.
결국 아무리 둘러보아도 미국의 소비 증발을 메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는 수출의존형 경제모델(우리나라와 중국이 가장 대표적)에 대한 사형선고에 다름 아닙니다.
현재의 가격상승은 뻔한 거짓말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관적인 전망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더욱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재고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가 당분간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재고효과 관련 지표를 포함해서 경제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제지표들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경제 동향을 파악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