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버즈 두바이 - 바벨탑 주기?

유랑검 2009. 11. 27. 15:46

지난 번 출장길에 두바이에서 비행기 환승을 하면서 버즈 두바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첫 눈에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드넓은 사막의 평지, 그 주변에는 버즈 두바이를 떠받쳐줄만한 높은 빌딩들이 없습니다. 객관적인 높이를 떠나서 주변과의 불균형 때문에라도 지나치게 뾰족하게 솟은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높은 빌딩이 왜 필요한가?

마치 하늘을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우뚝 선 느낌을 줍니다.

 

 

이건 바벨탑이 아닌가?

 

 

하늘에 닿고자 했던 바벨탑은 그로 인해 이름을 내겠다는 동기로 건축되었습니다. 버즈 두바이 역시 하늘에 닿고자, 그로 인해 이름을 내려 하는 동기 외에 다른 동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초고층빌딩은 건축비가 많이 듭니다. 땅이 부족하다면 모르겠지만 땅이 남아도는 두바이에 버즈 두바이와 같은 초고층빌딩을 지을 이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불현듯 뉴욕의 국제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을 ‘남근’에 비유하던 정신분석학자도 생각났습니다.

 

911사태가 미국의 남근을 거세해버린 것이므로 미국인들은 피의 복수에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라도 거세된 자존심을 되찾으려 할 것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늘을 찌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우뚝 선 버즈 두바이 역시 남근을 연상시켰습니다.

 

대공황 당시를 그린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저자 스타인벡은 당시의 농민들 눈 앞에 어느 날 갑자기 괴물처럼 나타난 트렉터가 준 충격을 묘사합니다.

 

당시의 농민들 눈에는,

자기 앞에 놓인 건 무엇이든 무지막지하게 갈아 엎어버리는 트렉터의 무쇠 쟁기날은 대지를 강간하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면 하늘에 닿고 말겠다는 인간의 오만은 곧 하늘을 강간하겠다는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버즈 두바이 말고도 하늘을 강간하겠다는 듯이 우뚝 선 또 다른 남근들을 전 세계 여러 군데에서 봅니다.

대한민국에도 무리하게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고층빌딩들이 여럿 있고, 중국도 상해를 비롯하여 여러 군데에 타워크레인의 숲을 이루었습니다.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몇 년 전부터 초고층 빌딩 건설붐이 일었습니다.

 

거품경제의 절정에는 항상 초고층빌딩이 등장했습니다.

예전 뉴욕 출장길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앞 길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바로 앞 길이었으므로 꼭대기를 보려면 까마득히 올려보아야 했고, 그렇게 보면 영락없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29년 봄에 착공한 것입니다. 이 엄청난 고층빌딩이 그 옛날에 지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했고, 한 편으로는 그 당시에 이처럼 높은 빌딩이 필요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결국 29 9월 대공황의 붕괴는 시작되었습니다.

 

구약성서를 보면 빚을 탕감해주도록 하는 희년이라는 제도가 존재합니다.

이 제도를 보면 구약의 시대에도 신용의 팽창과 수축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보면 바벨탑이 당대의 초고층빌딩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벨탑도 어쩌면 당시 신용팽창이 절정에 이른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음은 당대의 기록들입니다. 파란 글씨는 당대의 기록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수메르 창세기]

모든 사람들은 원래는 한 민족이었으며 한 가지 언어만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최초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을 너무 믿어 신을 경멸하고 자신들이 신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오늘날 바빌론이 있는 곳에 높은 탑을 쌓았다. 이 탑이 하늘에 닿으려 할 때 갑자기 신이 있는 곳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해 탑을 무너뜨렸다. 탑의 폐허는 바벨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사람들은 이때까지 같은 언어를 사용했는데, 신은 이들로 하여금 다른 언어로 말을 하게 만들었다.

 

신용이 흘러넘치면, 인간의 자신감도 넘친다. 인간의 오만도 흘러넘치게 된다. 거품이 절정에 이를 때 인간의 오만도 극치에 이르게 된다.

모두가 한 가지 언어로 부동산 불패신화를 말한다.

신용이 사라지면 어느날 갑자기 자신감도 씻은 듯이 사라져버린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언어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엔메르카르 서사시(the Epic of Enmerkar)]

그 시절에는 … 그때까지 사람들의 말은 하나였다. 전 인류의 모든 사람들은 한 목소리로, 하나의 언어로 엔릴(Enril) 신을 찬양하였다. … 풍요의 신 엔키(Enki)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바꿨고, 그때부터 언쟁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바꾼 것이 ‘풍요의 신’이다. ‘풍요의 신’은 ‘신용의 신’을 연상시킨다. ‘신용의 신’이라면 능히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바꿀 수 있고, 언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구약창세기]

온 땅의 언어가 하나이었더라. … 성과 대를 쌓아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로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창세기 11:18]

 

온 땅의 언어가 하나였다. 성과 대를 쌓아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면 이름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고층 주상복합이 분양이 잘될 거라는 잇속도 있었다.

여호와께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케 하여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그들이 성 쌓기를 그쳤더라.

 

 

그러고 보면 인간의 언어가 하나가 될 때가 참 위험한 듯 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그렇지요. 인간의 언어가 하나가 될 때 인간의 오만은 극치를 이루게 되는 듯 합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쳐대던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한 가지 언어가 혼잡케 되면, 흘러넘치던 자본들(=신용통화)은 한순간에 사방으로 흩어져버리고, 봄날에 눈이 녹듯 순식간에 녹아내립니다.

신용이 붕괴하면, 신뢰가 붕괴하고, 인간의 오만도 무너져내리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하늘의 노여움을 샀던 21세기의 바벨탑들이 즐비합니다. 하늘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오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인 듯 합니다.

 

구약시대의 바벨탑은 무너져내렸고,

29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쌓아올리던 인간들의 오만도 대공황으로 무너져내렸습니다.

버즈 두바이를 쌓아올리던 두바이 역시 무너졌습니다. 아부다비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부도위기를 넘기면서 버티더니 결국 무너졌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언어는 아직까지는 흩어지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는 듯 합니다.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