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값 잊어라"…저명 펀드매니저의 조언
피델리티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턴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 "주식 매수 가격을 잊어야 한다는 것이 주식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후 주가가 떨어질 때 매수 가격은 심리적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아무리 유능한 펀드매니저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통설을 깬 펀드매니저 앤서니 볼턴은 21일 자신의 30년 투자인생을 뒤돌아보며 투자자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산 값과 현재 가격, 수익률을 따지다 보면 어느새 투자의 핵심인 투자 근거는 뒤로 물러나 버린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볼턴은 "자신이 그 종목에 투자한 근거가 나쁜 쪽으로 바뀌거나 확신이 떨어지면 주식이 매수 가격 이하로 떨어졌는지와 관계없이 매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며 "나는 운이 좋게도 숫자에 대한 기억력이 나빠 주식을 산 가격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매수 가격과 함께 한 번도 보유한 주식의 목표가를 설정해 본 적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 역시 투자 근거를 흔들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콕 집어 목표가격을 제시하려면 미래에 대한 정교한 예측을 해야 하는데, 그 정도로 정교한 예측은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며 "정기적으로 내 투자 근거를 재검토해 설득력을 평가한 뒤 보유할지, 팔지를 결정하면 된다"고 했다.
그는 동료인 피터 린치의 말을 빌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를 우리의 10대 아들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몇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몇 문장이 투자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좋은 주식 고르기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볼턴은 "이것저것 다 하는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보다 단순한 기업이 좋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한 번 안좋은 행동을 한 경영진을 다시 믿으면 안된다. 나도 파산한 기업에 투자한 적이 있는데 대차대조표를 철저하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회계자료는 발표문이 아닌 원안으로 읽고, 회계 계정에 따라붙는 주석을 주의 깊게 읽어라"고 권고했다.
투자 타이밍에 대해서는 "예를 들어 최초로 나온 수익 악화의 경고와 같은 처음 나온 나쁜 뉴스가 마지막 나쁜 뉴스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인내하라. 대부분의 주식은 언제나 두 번째 기회를 준다"며 "수익을 내는 주식을 보유하고 손실이 난 주식을 팔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투자부분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1979~2007년, 28년간 '피델리티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Fidelity Special Situations Fund)를 운용해 1만4천280%라는 수익률을 올렸다. 그가 28년간 보여준 연평균 19.5%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웃돈다.
그는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피델리티 마젤란 펀드 운용)와 함께 피델리티의 유명 펀드매니저로 불리며,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존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등과 함께 더 타임스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 10인에 꼽히기도 했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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