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돈이 휴지조각이 된다면...
한국 돈은 휴지조각을 살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종이에 인쇄까지 해서 만든 돈인데, 종이를 못 살 만큼 가치가 떨어질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하이퍼 인플레이션 당시 실제 벌어졌던 일들을 찍은 사진입니다.
지폐의 가치가 벽지를 살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서 그냥 벽지 대신 바르고 있습니다. 지폐를 인쇄하는 종이는 아주 질긴 종이니까 벽지로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지폐의 가치가 불쏘시개로 쓸만한 휴지조각을 살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서 그냥 지폐를 불쏘시개로 쓰고 있습니다. 지폐를 인쇄하는데 쓰는 종이는 조직이 아주 촘촘하니 오래 탈 것입니다. 불쏘시개로 아주 그만이겠지요.
그러고 보면 경제학자들은 화폐의 성격에 대해 아주 큰 착각을 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이곳 게시판에서 화폐의 성격을 둘러싼 토론을 벌이기도 했는데 저 역시 큰 실수를 했군요.
저 역시 화폐는, 화폐 자체가 실질가치를 가지는 화폐(상품화폐, commodity money)와 화폐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는 명령화폐(또는 명목화폐, fiat money)로 나뉜다고 썼습니다. 오늘날 통용되는 지폐는 명목화폐(fiat money)에 해당한다고 쓴 것입니다. 그런데 위 사진들을 보니 지폐도 상품화폐(?)에 해당하는 것을, 제가 큰 착각을 했던 것입니다.
모두가 미국 돈이 휴지조각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한 편에선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니컬님께서 전해주신 다음 외신 기사를 보면,
아시아, 러시아 중앙은행 달러 약세 저지 위해 달러 매수
South Korea, 홍콩, 대만, 태국, 필리핀 등(인도네시아는 추정)이 달러보다 자기 나라 돈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미국 돈을 매입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지난 주에 미국 돈 40억달러를 매입했다고 하는군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이들 나라들은 곧 휴지조각만큼 가치가 떨어지게 될 달러를 열심히 사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 돈보다 자기 나라 돈의 가치를 더 떨어뜨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도 미국의 눈치를 봐가며 몰래 몰래 하고 있습니다. 행여 미국한테 들켜서 혼날까 봐 조심하는 것 같습니다.
거꾸로 미국은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하려는 불공정한 시장개입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네요.
미국도 참 이상합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중동, 원유결제 美달러 배제 극비 협의[英紙](상보) 연합인포맥스 [경제, 전문지]
중동국가들이 앞으로는 원유를 팔 때 미국 돈을 받지 않겠다고 모의 중이랍니다. 정말 이러다간 미국 돈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잃게 될 것이 뻔한데, 그리고 그렇게 되면 미국은 망하게 될 텐데...
그런데 미국은 전혀 걱정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거꾸로 큰소리를 탕탕 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이 미국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중국도 이상합니다. 몇 달 전만 해도 툭하면 미국 국채를 흔들어대며 미국을 상대로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때려 대는데도 국채 얘기는 입에 올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정작 지금이 국채를 흔들어대며 방어해야 할 때인데도...
국제정세는 이래저래 변곡점을 돌고 있는 중으로 보입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 아래 미국의 경상수지 그래프를 보여드리면서,
이 그래프를 앞에 놓고서는 더 이상 미국 달러 약세론이 나올 수 없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 그래프는 거대한 흐름이 이미 바뀌었다는 사실,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경상적자가 줄어들고 있는 그래프의 기울기가 거의 수직에 가깝습니다)
이 그래프를 마주 대하면,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수출에 의존하는 아시아 각국은 부들부들 떨어야 하는 것입니다.
앞서 시니컬님께서 소개해주신 외신에 나오는 아시아 각국과 러시아 중앙은행은 바보가 아닌 것입니다.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미국 눈치 봐가며 미국 돈보다 자기 나라 돈을 더 가치없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으름장은 주로 중국과 일본을 겨냥한 것일 거야, 우리는 걸려도 좀 봐주겠지, 이 정도가 이들 나라들의 생각이 아닐까요?
한국의 중산층과 서민들도 위 그래프를 앞에 놓고는 부들부들 떨어야 하는 것입니다.
위 그래프가 무얼 말해주고 있는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서 월별 데이터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금은 일을 좀 해야겠고, 오후에 정리한 내용을 덧붙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