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론과 사기의 공통점 (09.09.22)
1. 금방 큰일이 날 것처럼 바람을 잡는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매우 추상적이다. 뭉뚱그려 말하고 흐릿하게 말한다. 전혀 구체적이지 못하다.
예를 들어 윤전기에서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으니 달러가 휴지조각이 되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거라고 바람을 잡는다.
한번 구체적으로 따져 물어보자.
그럼 달러화 통화량이 이전보다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나요?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아니면 이렇게 물어보자.
그럼 지난 1년 동안 소비자 물가가 실제로 올랐나요?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습니까?
경제위기가 미국에서 터진 것이니 미국 돈의 가치가 떨어질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역시 구체적으로 따져 물어보자.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터진 건 맞다, 그로 인해 신용경색이 벌어진 것도 맞다, 그런데 신용경색이 벌어지면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나요?
2. 일견 그럴 듯 해 보이나 직접 관련이 없는 사항을 굉장히 강조함으로써 공포감을 조장한다.
재정적자 확대 -> 공공부채 팽창 문제가 그렇다.
2009 회계년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1조 8천억달러를 넘어설 예정이다. 한 해 동안 2,100조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게 될 예정이다. 입이 떡 벌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은 혼자서 전세계 경제의 1/4이 넘는 덩치를 가진 경제대국이다.
아래의 그래프를 한 번 보자.
미국의 올 한 해 GDP 대비 공공부채의 규모는 88.8% 정도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G20 평균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G9 평균보다 오히려 적다. (G9은 G7 + 한국,호주)
환율이 공공부채의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한국 원화와 호주 달러의 가치가 가장 올라갔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정적자, 공공부채 문제를 들어 달러가 휴지조각이 될 거라고 바람잡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일본 엔화의 강세를 점친다.
이들에게 물어보자.
일본의 공공부채 상황은 어떤지...?
3. 구체적인 비교를 하지 않는다.
환율이란 다른 통화와의 교환비율이다. 그러므로 다른 통화의 상황은 어떤지 비교하는 것이 필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론은 구체적인 비교를 항상 생략하고 있다. 거의 의도적인 것으로 보일 지경이다.
경제위기가 터지기 전에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EU나 일본보다 항상 높았다.
경제위기가 터지고 나서도 여전히 더 양호하다(마이너스의 정도가 덜하다).
인구증가율을 보면 미국이 선진경제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양호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산 버블의 크기도 미국이 가장 작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이 가장 먼저 종기를 터뜨렸고 지금 수습하고 있을 뿐이다.
EU의 은행들은 미국의 은행들보다 레버리지 비율이 훨씬 높다.
그래서 미국처럼 과감하게 종기를 터뜨리지 못한다.
국가가 나서서 고객 예금 100% 지불보장을 선언해버렸다. 덕택에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데, 속으로는 종기가 계속 곪아가고 있다.
결국 댓가를 치러야 한다. 종기를 터뜨리는 당장의 고통을 피한 대신 훨씬 더 크고 오래가는 댓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미국이 가장 엉망진창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조만간 세계 각국의 적나라한 실상을 보게 될 것이다.
미국이 그나마 가장 건강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달러 약세론이 나오면, EU나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어떤지, 인구증가율은 어떤지 구체적인 비교 데이터에 대해 물어보자.
4. 정작 중요한 사항은 말하지 않고 감춘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아주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래 미국의 분기별 경상수지 상황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보자. 단위는 10억불.
한때 분기별 적자가 -2000억불이 넘어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 09년 2분기에는 -988억불 정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분기별 -988억불 적자도 여전히 엄청난 적자라고?
시장가격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반영하는 것이다.
분기별 적자가 -2000억불을 기록하고 ‘여전히 미래에도 적자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 08년 초까지의 달러 약세였다(달러인덱스 저점 70.70 기록).
이제 추세가 바뀌었다. 그것도 아주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추상적인 바람잡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들고 오는 달러 약세론자를 보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
저는 그동안 여러 번,
지금은 난세이니 누구도 믿지 말고 스스로 이치를 따져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은 난세입니다. 단순한 경기침체기가 아닙니다.
평상시라면 국가와 각종 사회기구들을 믿고 의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동안 믿고 의지해왔던 국가와 사회기구들이 거짓말을 하는 시기입니다.
그들로서는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저는 그 이유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
지금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를 포함한 누구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면 됩니다.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수익’을 내야겠다, 가 아니라 기존에 가진 것을 지키고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렇다면 이치를 가지고 스스로 따져보며 판단을 내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어렵다고 생각되시면, 혹시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어려운 것 아닌지 스스로 가만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생존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쉽게 말은 하지만, 실제 행동은 수익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들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치를 가지고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국가와 사회기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시기에, 누구누구가 기존 사회제도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 그동안 쌓아온 명성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스스로 따져보지 않고 기존의 권위에 기대려는 것은 생존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