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맞보기, 보험, 헷지 (09.07.31)

유랑검 2009. 9. 23. 17:18

1. ‘라는 것 경제 지식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2. 검은 백조

3. 맞보기, 보험, 헷지

 

 

바둑에 맞보기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바둑은 한번씩 교대로 두게 되어 있으므로 좋은 자리 두 곳이 있을 때 내가 둘 다 둘 수는 없는 법입니다. 대신 상대방도 둘 다 둘 수는 없습니다.

아주 좋은 자리, 큰 자리가 두 개 있을 때 상대방이 저 자리를 차지하면 나는 이 자리를 차지하면 되고, 만약 상대방이 이 자리를 차지하면 나는 저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는 것이 맞보기의 개념입니다. 저 자리와 이 자리는 서로 맞보는 자리’, ‘맞보기에 해당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대학시절 한참 바둑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기원에 살다시피 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당시 한창 바둑실력이 늘 때는 일주일 만에 1급이 늘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둑이 늘 때 호승심(好勝心)도 커져갔습니다. 봐라, 내가 당신을 이겼다, 나 잘 났지, 라는 느낌.

그리고 당시에는 좋은 자리를 모두 내가 두고 싶은 욕심에 매우 괴로웠습니다. 저 자리도 내가 두고 싶고, 이 자리도 내가 두고 싶고...

원래의 맞보기 개념은 상대가 저 자리를 차지하면 나는 이 자리를 차지하면 된다, 는 여유있는 개념인데, 욕심이 발동하면 아주 괴롭게 됩니다.

내가 이 자리를 차지하면 상대방은 저 자리를 가져가 버린다, 저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까워서 저 자리를 차지하면 이번에는 이 자리를 가져가 버린다, 가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느 분인가의 글에서 바둑을 거의 안두고 나이를 먹었는데, 나이 먹어서 바둑을 두어보니 늘어 있더라는 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마 나이를 먹고 경험이 쌓이면서, 택도 없는 욕심을 버리게 되고, 두 자리를 다 내가 차지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바둑의 평범한 진리를 몸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실력이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가까이 알고 지내는 지인에게 아파트의 매도를 권해드렸습니다. 그 지인은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이 극히 경기에 민감한 업종입니다.

그 때문에 작년 9월 이후 심각한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패닉국면은 지나가고 사업은 다시 그럭저럭 굴러가게 됐지만, 여전히 불안불안하기만 한 경기에 이 지인은 고민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고민하는 지인에게 저는 아파트의 매도를 권유하면서,

아파트와 사업이 맞보기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다, 고 말씀드렸습니다.

 

앞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지금 아파트를 매도했다가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른다 치자. 그럼 아파트를 매도한 것은 아깝겠지만 당신의 사업은 아주 잘 될 것이다(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한다는 것은 최소한 경기침체 극복을 반영하는 것으므로).

반대로 아파트를 매도한 뒤 경기 침체가 아주 심해져서 사업이 망했다고 치자. 그럼 아파트는 경기침체가 심해지기 전에 높은 가격을 받고 팔았으니 그 돈으로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제 지인은 저의 논리를 받아들였고 아파트를 매도했습니다(평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던 분이라 상대적으로 결심하기 쉬웠을 것입니다).

매도한 뒤로 최근에 아파트 가격이 매도한 가격보다 더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지인은 마음 편해 합니다.

하는 사업이 경기의 영향을 바로 받는 업종이라 요새 에코버블 덕분에 그럭저럭 됩니다. 하지만 그 지인 눈에는 지금 경기가 좀 돌아가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위태위태해 보인다고 합니다.

이대로 경기가 쭉 살아나준다면 사업이 잘 될 것이니 아파트 가격 좀 올라가도 상관없고, 아무래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경기가 꺼질 지라도 아파트를 높은 가격 받고 팔아둔 돈이 있으니 나중에 재기의 밑천으로 쓸 수 있어 죽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살아남을 자신감이 생겨서 마음 든든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제가 공황으로 갈 것이다, 라고 말씀드리고 보험의 논리를 바탕으로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자고 말씀드릴 때 얼굴 안 보이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무책임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아파트 매도를 권유한 지인은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아마 평생 얼굴을 봐야할 사이입니다. 그래도 저는 똑같은 판단에 기초해서 조언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공황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주식과 부동산 모두 폭락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더라도 그런 예측을 100% 확신해서 그에 기반하여 행동하라고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

저는 어떤 전망에 기반해서 행동할 때도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 동안의 글쓰기를 통해서 항상 생존을 목표로 할 것, 보험의 논리로 생각해보자고 조언드렸습니다.

 

지금 시기는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본자원(그게 무엇이고 어느 정도이건 간에) '보존'한다는 개념을 우선해야 합니다. 기회를 잡아서 수익을 내겠다, 그동안 입은 손실을 만회하겠다, 는 것은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지 않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기본자원을 보존하고, 내 몸과 정신의 건강을 유지하고, 내 가족이 건강한 상태로 이 위기를 견뎌낼 수 있으면,

 

그럼 그 다음에 얼마든지 좋은 날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사업이든, 가계의 운용이든 방어적으로 하시고,

보다 좋은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경제가 아주 확실하게 건강성을 회복한 것을 보고 나서(예측이 아니라) 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조언드리고자 합니다.

 

만약 제 지인이 아파트를 팔지 않고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상태에서 경기가 이대로 쭉 살아난다면 물론 더 이익일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절대 한쪽 방향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반대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파트를 팔지 않고 사업을 계속 영위하는 상태에서 경제가 망가지고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거꾸로 앞으로 공황으로 가는 것이 글자 그대로 100% 확실하다면 아파트만 팔 것이 아니라 사업까지 처분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까지 권해드리지는 않습니다.

 

항상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지킬 만한 것조차 없다고 쉽게 말씀하실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공황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앞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공황의 의미에 대해 결코 가볍게 생각지 않습니다.

 

우선 내 집을 갖고 있는 한국인들은 가지고 있는 자산이 부동산에 너무 편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내 집이 없더라도 직장이 있는 분은 공황이 전개되는 와중에 만의 하나 직장을 잃게 될 가능성도 따져보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각 가계의 외화예금 통장에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은,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인 동시에 가계 자신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보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그 동안 여러 차례 글을 써왔습니다. 아래에 링크를 모아보았습니다. 제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아직 아래의 글들을 안 보신 분이 계시면 꼭 읽어봐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기억이 잘 안나시는 분들도 다시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저의 관련 글:

환율 문제에 대한 조언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읍시다!

환율 관련 경제 지표 (경제 지표 보는 법 4)

이치로 따져보는 환율

이치로 따져보는 환율 2

 

첫번째 링크 글 환율 문제에 대한 조언에서 보험의 논리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드렸습니다.

환차익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보험으로 생각하시기를 정말 당부드립니다. 이 부분은 말장난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보험의 원리를 터득하고서 실질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환차익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롤러코스터 묘기를 부리는 시장을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니 매수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살아남기 위해 보험이 필요한 분들은 매수하시면 좋겠습니다.

주식시장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면서 환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외환시장은 금융시장 중에서도 가장 빨리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바닥을 잡겠다는 욕심 절대 버리시고 몇 번에 나누어 분할매수하시기 바랍니다. ‘분할매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드립니다. 저의 조언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바닥은 안 잡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각 가계에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은 나라 경제를 구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 추세이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외화를 분할 매수 하는 것에 대해 누가 투기한다고 비난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아주 거액의 자산가들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나라 경제가 결딴난다고 해도 천상 이 나라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입니다.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아두었다 해도 나중에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올랐을 때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환전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상황을 진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극도의 가뭄 속에서 풀뿌리가 머금고 있던 수분에 의지해 대지가 최소한의 생명력을 이어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각 가계에 풀뿌리 외환보유고를 쌓는 것은 우리 원화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축통화를 외환보유고로 많이 비축한 나라일수록 그 나라 화폐가치도 강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조언드렸습니다. 이제 다음 번 글부터는 다시 영구적인 팽창이 불가능한 이유를 분석하는 것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저는 지금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에 닥친 상황은 예전에도 우리가 몇 번 겪은 적 있는 단순한 하락 정도가 아니라 역사적인 커다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막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들에 대해 살펴보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