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때’라는 것 – 경제 지식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09.07.31)

유랑검 2009. 9. 23. 16:54

1. ‘라는 것 경제 지식이 말해줄 수 있는 것은...

2. 검은 백조

3. 맞보기, 보험, 헷지


 

 

ㅇ 뉴턴과 광기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특이하게도 영국의 조폐국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열렬한 개신교도였기 때문에 영국왕 제임스 2세의 가톨릭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그 인연으로 명예혁명이 성공한 후에 케임브리지대학교를 대표하여 혁명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자연스레 정관계로 교제범위를 넓힐 수 있었고, 결국 한 자리(조폐국장)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조폐국장의 연봉은 2000파운드로 대략 2억원 정도 됩니다.

 

노학자 뉴턴은 모든 것을 다 이루었고 남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왕립학회 회장으로 선출되어 절대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었고, 과학자로서는 최초로 기사작위도 받았습니다. 조폐국장으로서 고액의 연봉도 받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1720년 사우스시 회사의 주가가 한참 오르고 있을 때 이 회사 주식에 7천파운드나 되는 거액을 투자하여 수익률 100%, 7000파운드(대략 7억원)라는 거액의 투자수익까지 올립니다.

 

그런데...

위대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경은 이내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사우스시 회사의 주가는 뉴턴이 팔고 나서도 힘차게 계속 오릅니다.

며칠을 지나도 주식은 계속해서 탄탄한 상승세를 이어갔고, 조만간 실적이 가시화하면서 지금과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주가가 한 차원 레벨업하게 될 것(=엄청난 수익을 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뉴턴은 푼돈 같은 작은 수익(고작 7억원 정도!)을 욕심 내다가 그야말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바로 눈앞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했습니다. 일생일대의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낸다면 그야말로 바보라 할 것입니다.

 

위대한 과학자는 결코 바보가 될 수는 없었고, 재차 투자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2만 파운드(20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었습니다.

뉴턴이 재투자에 나섰을 때가 상투였던 것입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뉴턴은 그 뒤로 평생 누가 자기 앞에서 사우스시(South Sea)’라는 말은 물론, ‘주식이라는 단어도 입에 올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고 투자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깁니다.

나는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는 말은 정말 탁월한 명언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2000년의 IT버블 때를 돌아보아도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현재의 시장이 비이성적인 투기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은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가격이 상투를 치는 시점이 언제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1720 8월 사우스시 회사의 3차 유상증자 청약 때 어느 은행가가 거액의 주식을 청약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미쳤다면 어느 정도는 우리도 그들을 흉내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말입니다. 2000년 버블 때도 들어보았고,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 신화 관련해서도 비슷한 소리들을 들어봤습니다.

 

몇 가지 특징으로 시장이 과도한 투기상태에 이르렀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있지만 광기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거품이 꺼질 때까지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를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지난 IT 버블 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지속적인 상승이 버블에 대한 우려를 결국 침묵하게 만들었고, 상당수의 비관론자들은 침묵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이제 보니 정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게 틀림없다며 뒤늦게 매수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위의 은행가와 비슷한 논리를 대며 한몫 보겠다고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장의 원리상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시장에서 다수가 과도한 버블이라 생각하고 경계하고 있으면 그 시장은 아직 더 갈 수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상승이 그 다수를 굴복시키고 나서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시장에 말려들어간 상태(뉴턴이나 은행가처럼)가 되면 이제 시장은 더 오르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고 가격은 상투를 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언제가 상투일지 미리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시장의 속성상 많은 다수가 재앙을 피해가기도 어렵습니다. 이 부분이 좀 좌절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현명한 소수는 남습니다.

대공황 때도 오스트리아 학파 사람들은 미리 재앙에 대해 경고했고 끝까지 말려들지 않았습니다. 로저 뱁슨 같은 이도 대공황의 붕괴 직전 시점까지도 말려들지 않았고 적절하게 경고를 보냈습니다. 2000 IT버블 때 버핏의 사례는 유명합니다.

 

 

ㅇ 소로스와 양자역학

 

조지 소로스는 양자역학, 불확정성의 원리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이끌던 헷지펀드의 이름을 양자(퀀텀)펀드라고 이름붙일 정도입니다.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면, 입자, 예를 들어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소로스는 경제현상도 인간이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경제현상은 관찰자인 인간으로부터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인 인간으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이렇게 해서 영향을 받은 경제현상이 다시 관찰자인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소로스가 주장하는 재귀성 이론이란 결국 한 사람의 시장참여자(희대의 투기꾼)로서 영국, 일본, 동유럽 국가등 여러 나라의 국민경제를 마구 흔들어댔던 자기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얘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에 동의하든 말든,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양자역학의 설명은 금융시장을 이해할 때 상당한 통찰을 가져다준다고 봅니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시장가격의 고점이 얼마가 될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 결국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인가?

경제 지식은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자의 궤도 예측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궤도를 예측하는 데에 경제지식이 도움이 됩니다. 경제원리를 알고 경제지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는 전자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그 궤도를 알 수 있고, 확률적으로 대략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지 그 존재범위는 알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에서 과도한 투기상황에 이른 것은 알 수 있지만 언제가 가격의 상투일지는 미리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광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하지만 역시 궤도를 알 수는 있고, 확률적으로 대략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그 존재범위는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궤도가 변곡점을 막 지났을 때, 시장은 자신의 위치에 대한 분명한 힌트를 주는 것입니다. 변곡점을 지난 신호를 포착함으로써 현재 시장이 존재하는 위치에 대한 범위가 대폭 좁혀지는 것입니다.

 

지금 시장은 커다란 변곡점(상투)을 지났고 에코버블 국면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의 시장은 경제지식을 바탕으로 궤도 예측과 존재범위를 좁혀서 예측하기가 매우 용이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제가 좀 더 분명한 어조로 말씀을 드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요새 흔히 극심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돈을 많이 풀고 있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합니다(즉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일으킴으로써 디플레이션으로 가는 사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으려면 진작에 인플레이션(소비자 물가지수의 상승)이 나타났어야 합니다. 이제는 늦었습니다. 소비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저축을 늘려나가고 있는 상황(=통화량이 줄어든다)에서 기업들은 자기파멸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고 실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계속 써나갈 것입니다).

 

 

라는 것 - 경제 지식이 말해줄 수 있는 부분

 

궤도 예측은 가능하지만, 그리고 범위를 상당히 좁힐 수는 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되는 에코버블의 고점이 정확히 얼마에 이를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대략 다음의 세 가지 사항에 대해서는 알 수 있습니다.

 

1. 현재의 에코버블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르고 있고 터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2. 전저점은 진바닥이 아니라는 사실

3. 전저점을 깨고도 한참을 더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

 

이상 3가지 사항에 대해 뒤에서부터 좀 더 살펴보면,

 

3. 전저점을 깨고도 한참을 더 내려갈 것이라는 사실

 

얼마까지 내려갈까?

그것 역시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정확히 알려하는 것은 전자의 위치파악과 같은 시도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 이미 대공황이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대공황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필적할 만큼은 내려갈 것으로 봅니다.

30년대 대공황 당시에는 3년간 89.2%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바닥을 찍었습니다.

90년 붕괴를 시작(89 12월이 고점)한 일본 시장의 경우는 대공황 때만큼 하락이 가파르지는 않은 대신 20년이 다되어가는 현재까지도 하락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오히려 바닥을 계속 낮춰가는 형국입니다.

저는 앞으로 나타날 상황 전개가 둘 중 하나이거나 둘의 중간 정도 되는 모습을 취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공황 때처럼 가파르지 않다면 그 만큼 하락기간이 더 길어지게 될 것으로 봅니다.

 

2. 전저점은 진바닥이 아니라는 사실

 

이번 에코버블이 무너지고 하락하더라도 1차 시기에서 전저점을 바로 깨지 않고 일시적으로 다시 반등할 수도 있습니다.

저의 지난 글,

베어마켓 랠리 차트 비교

에서 소개해드린 대공황 당시 차트를 보면 52.3% 반등했던 에코버블 붕괴 후에도 전저점을 바로 깨지 않고 이중 바닥 비슷한 모양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쯤 해서 틀림없이 드디어 대바닥(이중바닥)을 만들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 매수에 나섰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에는 이중바닥 모양이 아니라 아예 저점을 높여나가는 모양새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전저점은 진바닥이 아니라는 의미는 어느 경우든 결국은 재차 하락하면서 전저점을 깰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1. 현재의 에코버블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르고 있고 터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저는 예전부터 지금은 수익을 내려고 할 때가 아니라 생존을 목표로 해야 할 때라는 말씀을 드려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경제상황이 생존을 목표로 해야 할 때라는 데에 동의하시는 분들께, 보험의 논리로 생각해보자고 조언드렸습니다.

 

지난 글

눈먼 돈 2

에서는 아래와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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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에는 탐욕 때문에 움직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늙고 병들었을 때를 대비해 모으고 있던 작은 돈마저, 그 마저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릴까 봐 두려움 때문에 움직인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탐욕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어떻게든 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얘기가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탐욕이 아니라 지식에 기반해서 움직인다, 인플레이션 현상에 대한 경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넓은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비참한 처지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 등등의 생각을 했습니다.

...

 

각종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현재의 상황에 대해 판단해보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써나가려는 내용이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려는 분들께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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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윗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려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같은 때에도 수익을 내야겠다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저의 글이 부적합하다고 봅니다. 적극적인 매수를 권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보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7 22일 아침에 올렸던 글,

눈먼 돈 3

에서 아래와 같은 말씀도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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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S&P 500지수도 상승이 이어져서, 어제는 951.13으로 전저점 666.79 대비 42.65% 반등한 상태입니다.

아직은 50%에 못 미칩니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대로 우리 주식시장이 미국 주식시장과의 관련성 하에서 움직여지고 있다고 보면 더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 주식시장의 에코버블은 52.3% 반등했으니 이번에도 그 정도에 이르거나 혹 오버슈팅해서 좀 더 간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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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에서도 지수가 9.65%P ± a, 만큼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 셈입니다. 9.65%P ± a 의 상승폭이라면 단타 매매자들에게는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간일 것입니다.

단타에 능해서 귀신같이 하락 전에 빠져나올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분들이라면 무슨 조언이 필요하겠습니까?

그런 분들은 어차피 저의 글을 읽는 독자가 아닐 것입니다.

 

한편, 주식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리고 부동산이 많이 오르고 있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저는 실제로 부동산이 많이 오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 듯 합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위험한 지경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의 논리에 따르면 결국 주식시장이 한참 오르고 나서 고점에서 주식을 사야 하고, 주식시장이 한참 떨어져서 저평가 국면일 때는 주식을 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을 바꾸려면 그에 합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구누구 유명한 사람이 경제가 계속 좋아진다더라, 가 아니라 그 사람은 어떤 논리에서 경제가 좋아진다고 얘기하는 것인지,

그 사람의 논리와 비관론자들의 논리를 비교해서 판단할 때 비관론자들이 제기하는 논리 중에 어떤 점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지,

스스로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발전이 있습니다. 그래야 다음 번에는 안 당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책없이 피해를 입는 일이 반복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논리적으로 따져보는 것이 머리가 아프고 시간도 없다, 고 하시는 분들은 투자시장을 떠나셔야 합니다. 투자시장이라는 곳이 스스로 생각하는 데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수익을 나누어주는 그런 인심좋은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떠나시는 것이 정말 나쁘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동안은 현금성 자산이 최고인 시대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요즘 세월이 하 수상하다고 보여 생존을 목표로 하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하시는 분들, 지식을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려는 분들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라면 자신있게 조언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지금은 가 아닙니다. 얼마 안되는 내 자산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돼서 무리한 투자에 내몰릴 때가 아닙니다.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때입니다.

 

흔히 투자를 부추길 때,

지금 기차가 막 떠나려하고 있다,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못탈 거다, 라고 합니다. 맞는 얘기입니다. 다만 그 기차는 낙원으로 가는 기차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막차인 것입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소리들, 지금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부추기는 소리들은, 으례 막차가 떠날 때 나던 소리였다는 사실을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판단하는 보다 구체적인 이유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써나갈 것입니다. 사실 그동안 써왔던 저의 글들이 모두 그 이유들에 대한 글입니다만, 이번에는 다른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보려고 얼마 전에 테마를 잡고 다시 시작한 참입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꽤나 글이 길어져야 할 듯 하고, 지금 시장에서는 마지막 불꽃이 화려하게 타오르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고 해서, 이렇게 먼저 결론부터 제시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판단근거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써나가겠습니다.

 

 

ㅇ 비관론이 아니더라도 지금은 조심해야 할

 

저는 공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극도의 비관론을 얘기하는 셈입니다만, 저처럼 공황까지 바라보지 않더라도 지금은 투자할 시점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아래의 언론기사는 삼성증권 김학주 센터장의 관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김학주 "코스피 1120 추락 가능성 여전"

(신중론자 릴레이인터뷰)김학주 "실적호조 오래 못간다"

 

제도권의 책임있는 전문가라면 최소한 이 정도는 얘기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물론 저는 아예 공황으로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만).

현재 에코버블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전혀 새롭거나 특이한 상황이 아닙니다. 98년 폭락장, 2000년 폭락장, 2001 9.11직후의 상승과 하락장에서 익히 경험했던 상황입니다.

김학주 센터장의 관점은 지극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것이며, 과거의 경험에도 기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들어맞을 것입니다. 물론 저는 공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최종적인 결과는 더 비관적으로 봅니다.

 

지난 98년의 경제위기는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시켜주었다는 점에서 입에 쓴 좋은 약이 되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신자유주의적인 제도 개선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점에서는 비극이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친 면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신화를 더욱 강화시킨 것입니다.

98년 자산시장이 바닥일 때 과감하게 부동산에 투자하여 일거에 부를 이루었다는 얘기들이 신화처럼 떠돕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말 부동산이 폭락할 때 부동산 매입에 나섰던 사람들, 지금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주식매수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98년의 경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지난 글,

눈먼 돈 3

에서 97년 이래의 주식시장 차트를 보여드렸습니다.

지난 981월의 에코버블이 에코버블이 아니라 그 뒤로 경기가 순탄하게 살아났다고 쳐도, 굳이 그 시점에 역발상투자에 나서지 않았어도, 그 뒤로도 좋은 투자 기회는 얼마든지 많았습니다.

 

저는 바닥은 잡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자신은 바닥을 정확히 잡아서 엄청난 고수익을 냈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말이 진실이건 거짓말이건을 떠나서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거짓말일 확률이 무지 높고, 거짓말이 아니라면 한 번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된 것이고 조만간 패가망신하게 될 확률이 무지 높습니다.

 

아마 세상 모든 일에 80점 정도 맞으면 잘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때의 자산관리는 80점도 아니고 70, 60점 정도만 맞겠다는 생각으로 생존을 목표로 움직여 나가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봅니다. 절대 90점을 욕심낼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예전에 썼던 글

공황이 공황인 이유

에서 아래와 같은 말씀을 드렸습니다(날짜를 보니 작년 12 18일이군요. 엊그제 쓴 글 같은데, 벌써 반년 이상 지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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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때) 29년말에 시작된 3년간의 대세하락 기간 동안에도 큰 반등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첫번 째 나타난 반등을 잘 보십시오.

 

...

고점 대비 50% 하락 후에 다시 50% 가까이 상승하는 반등을 주었던 것입니다. 수개월에 걸쳐 무려 50% 정도되는 상승입니다.

 

우리 나라 주식시장에서 지난 몇 년간의 상승기간 중에 가장 큰 상승으로 느껴졌던 기간이 2005년이었습니다. 당시 1년 동안의 상승폭이 50% 였습니다.

 

가만히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당시 뉴욕에 있던 일반 서민층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감정이입을 시켜서 그 사람의 느낌과 생각이 어땠을지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이때 뉴욕의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저는 틀림없이 이 기간 동안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또 한 번 뒤늦게 주식투자에 다시 뛰어들었을 거라고 봅니다. 근거없는 비관론 때문에 저점에서 손절매한 꼴이 되고 말았다, 또는 저점에서 살 수 있는 좋은 투자기회를 놓쳤다고 한탄하며 다시 어깨쯤 올라온 뒤에 추격 매수에 나서게 되는 것이지요...

 

78년 뒤의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진바닥은 41.22 포인트지요. 두번째 꼭지인 294.07 포인트에서 투자에 나선 사람들은 이후 손절매를 못했다고 치면 86% 의 손실을 입어야 했습니다.

 

대폭락의 원리, 공황의 원리는 이런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 상당한 폭의 반등을 줍니다. 그렇게 상당폭의 반등을 주기 때문에 10분의 1 토막이 가능한 것입니다. 반등을 주지 않고 단번에 떨어진다면 결코 10분의 1 토막이 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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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 아래 새로운 것은 별로 없습니다. 1930년에 뉴욕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2009년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안다, 그래서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오만 때문에 반복되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로지ㄳ 님께서 저와 거의 같은 관점으로 현 상황을 보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로지ㄳ 님 글 읽어보시면 정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로지ㄳ님의 다른글보기

 

ㅇ 오늘은 모두 세 편의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이 글은 첫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