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세일러님의 경제시각

미국 패권은 어디까지 원할까 2 (09.05.03)

유랑검 2009. 9. 21. 16:11

1. 진실의 순간 (Moment of Truth)

2. 돈이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지탱되나? (진실의 순간 2)

3. 미국은 과연 몰락하고 있나? (미국의 몰락과 화폐환상)

4. 미국 패권의 선택

5. 트리핀의 딜레마

6. 달러와 양털깎기

7. 미국 패권이 인플레이션을 원할까?

8. 미국 패권은 어디까지 원할까 1

9. 미국 패권은 어디까지 원할까 2

 

 

1980년대에 많은 제 3세계 국가들이 외채위기에 빠지게 되면서 IMF의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우리나라의 경험을 되짚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이들 나라를 상대로 양털깎기를 벌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98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양털깎기를 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슷한 일이 또 다시 반복되니 이제는 누구나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여러 번 당하다 보니 이제 당하는 쪽에서도 앞으로는 다시 속지 않을 듯 합니다.

미국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미국은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덤비고 있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두번 다시는 안 속을 테니 이 참에 왕창 챙기자고 작심(?)하고 덤비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큰 판을 벌였다고 봅니다.

 

실제로 지금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의 양상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전대미문(前代未聞), 미증유(未曾有), 100년만의 위기라는 여러 말들이 그냥 수사적인 표현으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아주 큰 판을 벌였고,

이번에는 통상적인 양털깎기 수준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은 순하기만 했던 양들이 앞으로는 속지 않을 것이라면, 미국 입장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미국이 그 동안 누려온 특권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전세계를 상대로 시뇨리지를 누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이 참에 자신이 누려온 이 특권에 대해서 앞으로는 누구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완전히 굳혀 버리겠다고 들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이 이런 생각을 한다면 실현가능성이 있을까요?

 

이하는 정말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는 것에 불과함을 다시 밝혀둡니다.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당장 이렇게 진행된다는 것이 아니라 몇 십년을 두고 진행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전대미문, 미증유라는 표현이 갖는 의미대로 사태가 진행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입니다. 이전에 취해졌던 조치들보다 더욱 강렬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통화시스템의 변혁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즉 71년의 닉슨 선언이나 85년의 플라자합의 이상의 조치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45년의 브레튼우즈 체제의 도입과 같이 아예 새로운 국제통화 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습니다.

 

그 새로운 국제통화 시스템이 지향하는 방향은 어떤 것일까요?

 

일본의 사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국가부채(공공부채)는 GDP 대비로 170%(2007년 CIA 추산)에서 198.6%(IMF 2008년 추정치)에 이릅니다.

미국의 경우는 같은 소스로부터 나오는 추정치가 60.8%와 61.5% 입니다.

 

이렇게 놓고 보면 미국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서는 아무 것도 아닌데…

우린 세계 각국의 원만한 경제성장을 위해서 시장을 기꺼이 내주면서 기여한 측면이 있는데…

등등 말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일본과 미국의 차이는 내국채와 외국채의 차이입니다.

국가 권력이 국가 내에서 진 빚은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관리를 잘한다는 의미는, 국민경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내는 것을 말합니다.

막말(?)로 하면, 관리만 좀 잘하면 국가 권력은 국내에서 진 빚의 경우는 영원히 갚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일본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이 의심을 안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제위기가 터지고도 일본 엔화의 가치는 올라가기만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좀 말이 안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여튼 일본의 경우는 내국채이기 때문에 미국보다도 부채비율이 훨씬 높은데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아무런 의심을 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장기 시나리오 중의 하나로, 미국이 일본의 경우를 참고하여 외국채를 내국채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새롭게 상상해보자면,

기축통화인 달러화와 미국의 국채를 둘러싼 국제 경제관계를 국가 내 경제의 수준으로 긴밀하게 통합시켜낼 수만 있다면,

그럼 굳이 외국채를 내국채로 전환시키지 않고도 영구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 번 글 맨 마지막에서 거론한, 외국채인 상태 그대로 계속 돌려막기 하는 경우입니다)

 

국제 간의 거래관계를 국내 수준으로 긴밀하게 통합시킨다는 말이 갖는 보다 구체적인 의미는,

달러가 국제 관계에 있어서 국가 내의 법정화폐와 같은 지위를 부여받는 것입니다.

현재의 ‘기축통화’라고 하는 지위보다 한 단계 더 격상되어 ‘세계의 법정화폐’ 처럼 되는 것입니다.

달러화라고 하는 미국 한 국가의 화폐에 대한 발권력이 세계의 법정화폐에 대한 발권력으로서 ‘공인’받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럼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시뇨리지를 계속 누리는 것에 대한 ‘공인’이 될 것입니다.

 

국민국가와 국제사회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것이기 때문에, 저의 얘기는 명시적인 제도로서 그렇게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명시적인 제도가 어떤 모양새를 취하는지와 상관없이 ‘사실상’ 제도가 운영되는 모습은, 그와 같은 양상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구축한 경제구조를 요약해보면,

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사실을 이용하여 달러를 찍어냄으로써, 전세계를 상대로 시뇨리지를 거두고 이를 통해 경제력의 약화를 커버하는 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 번 압도적으로 키워놓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더 이상 힘들여 일하지 않고, 남들에게서 자릿세를 뜯어냄으로써 그 돈으로 계속 강한 군사력을 유지하고, 이와 같은 체제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겠다는 얘기입니다.

 

노골적으로 주먹을 들이대서 자릿세를 뜯어가는 대신, 기축통화체제와 금융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덜 노골적인 방식으로, 조금 세련된 방식으로 뜯어가고 있을 뿐 사실상 깡패가 시장 상인들에게서 돈을 뜯어가는 것과 동일합니다.

 

달러가 사실상의 ‘세계 법정화폐’처럼 된다는 것, ‘세계 법정화폐로서의 달러’에 대한 발권력을 공인받는다는 것은,

위와 같은 무법 내지 탈법적인 상황을 격상시켜 공식적인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법이 존재하지 않는 무법지대에서 깡패가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오다가 어느 순간, 보안관을 자처하며 치안유지를 대가로 용역비(세금)를 받는 것, 그리고 이런 관계를 남들로부터 공인받는 것을 말합니다.

 

무법지대의 준(準) 공권력 노릇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부시정부 시절, 미국이 오히려 깡패국가 아니냐는 비난을 들었는데, 앞으로는 명실상부한 세계의 경찰국가로 공인을 받겠다는 시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의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국가임을 자임하고, 또 타국으로부터 이를 공인받음으로써 치안유지비를 ‘공식적으로’ 받아내겠다는 얘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세계 법정화폐로서의 달러’에 대한 발권력을 ‘공인’받게 되면,

이제 글로벌 불균형은 더 이상 ‘글로벌’ 불균형이 아니게 됩니다. 국민국가 내의 불균형처럼 되고 그럼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일본의 과도한 내국채가 용서되듯이…

 

사실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확신만 세계각국에 줄 수 있으면 지금도 문제없이 계속 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상황은 확신을 못주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죄수의 딜레마에 놓인 것처럼 누가 먼저 빠져나가버릴까봐 전전긍긍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가 먼저 빠져나가버리면, 그럼 남는 놈(?)이 개털(?)이 됩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함으로써 외환보유고(국민들이 땀흘려 얻은 부가가치를 저축해놓은 것)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아무도 빠져나가지 않는다, 또는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확신(그 이유가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이든, 그른 것이든)을 모두가 한꺼번에 가질 수 있다면, 현재 상태 그대로 계속 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럼 모두가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세계 법정화폐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사실상의 ‘공인’이 어떤 형태일 수 있을까요?

 

 

이번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통화스왑 협정을 맺고 달러화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통화스왑 협정에 따라 FRB에게 우리 원화를 제공하고 달러화를 제공받아 사용했습니다.

 

이 관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FRB가 세계 각국의 통화를 근거로 달러화를 발권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얻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권한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FRB가 미국의 중앙은행 만이 아니라, 세계의 중앙은행이 되는 것입니다.

 

향후 공황이 진행 된다면,

신용(통화)의 수축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모든 국가들이 달러가 부족하게 됩니다. 그럼 통화스왑 금액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나라도 갚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FRB에 발목이 잡히게 되는 것입니다. 중앙은행들이 발목 잡힌다는 얘기는 결국 그 나라 국민경제가 발목이 잡힌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일전에 우리가 통화스왑 한도의 확대를 미국에 요청하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쓴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통화스왑 한도의 확대는 미국의 의도에 부합하는 것(겉으로는 유리한 협상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난색을 표할 수 있습니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4월 6일에 FRB가 영국, 일본, 스위스, 유럽연합(EU)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고 필요할 경우 파운드화와 엔화, 스위스프랑화, 유로화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의 통화스왑 협정과는 정반대방향으로 FRB가 각국 중앙은행들을 상대로 각국 통화를 요청할 수 있는 협정을 맺은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터진 이후 달러화는 강해졌고, 해외 금융시장에서 달러화를 가지고 필요한 각국 통화를 조달하는데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FRB의 이 조치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FRB의 이 조치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계속 관찰하고 생각해봐야겠습니다만, 한 가지 가능성은 FRB가 ‘금융폭탄’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 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평상시라면 타국 은행들이 FRB의 요청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체급의 차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자신들에게 위험하기까지 한 거래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요청해서 달러화를 가져가든, FRB가 요청해서 세계 각국의 통화를 가져가든, 결과는 동일하게 됩니다. 양자가 동일한 금액의 통화를 교환해서 서로 상대방의 통화를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과 타국이 동일한 금액을 교환해서 가지고 있게 되면, 권투에서 헤비급 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같은 강도의 주먹을 서로 교환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 됩니다.

 

한국은행은 FRB와 300억불 규모의 통화스왑 협정을 맺은 상태입니다. 300억불이라는 금액은 미국 금융시장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할 규모입니다. 반대로 36조원(1200원 적용)을 FRB가 휘두른다면 우리 금융시장에 핵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통화스왑 한도가 증액된다면 그 핵폭탄의 위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FRB 손에 확보된 외화는 해당국의 금융시장에 ‘금융 핵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상시라면 타국 중앙은행들이 FRB의 요청을 거절했을 것인데, 이미 먼저 달러 스왑을 요청해서 활용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같은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상의 얘기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막연하게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는 정도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여튼 향후 공황이 진행 되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점점 더 많은 금액의 달러를 통화스왑을 통해 제공받게 되면 될수록,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FRB에 예속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FRB를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하고,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로컬(local) 중앙은행의 위치를 차지하는 구도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FRB가 발행하는 은행권’인 달러화는 세계의 법정화폐가 되고 ‘한국은행권’인 원화는 지역화폐처럼 되는 것입니다. 제도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그와 같은 양상이 된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은 구도가 실현이 된다면, 제가 앞서 말씀드린 ‘세계 법정화폐로서의 달러화’에 대한 사실상의 ‘공인’이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FRB와 세계 각국 중앙은행 간의 통화스왑 협정이 시스템적으로 백업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달러로부터 누구도 도망갈 수 없음이 명백해지면, 그 사유가 부당한 것이든 아니든

이제 세계 각국은 안심할 수 있게 됩니다.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러한 관계를 세계 각국이 받아들일까?

 

저는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저는 여기서 당위론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당함이 뻔한 어떤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내 가족의 생존이 걸려있으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거절하면 모두 같이 망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같이 망하게 되므로 당위의 측면은 만족됩니다.

 

그런데 모두 같이 망하게 되긴 하는데, 미국보다 다른 나라들이 먼저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이 미국이 쳐놓은 매트릭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모두가 다 망하게 되는데, 미국이 맨 나중에 망하게 되니 치킨 게임에서는 미국이 가장 유리한 셈입니다. 미국보다 세계 각국이 먼저 죽게 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관계가 미국에게 터무니없는 특권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일지언정 자신들이 살기 위해 받아들여야만 하는 지경에 처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사실상의 공인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상황에 대해 세계 각국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달러화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지금까지와도 또 달라지리라고 봅니다.

‘기축통화’에서 세계의 ‘법정통화’로 나아가게 되고,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에 더욱 깊이 파고들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달러화가 공용화폐 정도로 사용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최근 세계 ‘단일통화’를 언급하는 글들이 부쩍 눈에 띄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모든 나라가 단일통화 쓰는 날… 상상만 해도 즐거워요"

‘상사납치’ ‘세계 단일통화’… NYT ‘불황기 신조어’ 소개

‘살얼음판’ 달러 체제

 

논의의 취지는 일국의 화폐인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가 됨으로써 생겨나는 부작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상적인 단일통화를 새로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단일통화가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봅니다.

미국이 반대할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미국의 의사가 사실상 과반수라고 봅니다. 물론 이러한 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의사가 과반수이든 아니든 최소한,

달러화를 벗어난 이상적인 단일통화가 만들어지면 미국 패권이 바로 망할 것인데, 미국이 찬성할 리는 없습니다.

미국이 반대하는데 이상적인 단일통화가 새로 도입될 수 있을까요?

 

거꾸로 지금 현재 시점에서 세계 ‘단일통화’에 가장 가까운 것은 바로 달러화라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달러화 현찰의 70%는 미국이 아니라 외국에 존재합니다. 상당수 국가에서 달러화는 이미 공용화폐로 쓰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 백화점, 면세점에서도 직접 달러화를 받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같은 관광국가에 가보면, 왠만한 곳에서 다 달러화를 받습니다. 이미 공용화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파나마,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동티모르 등 15개국은 아예 자국의 통화를 버리고 공식적으로 달러를 자신들의 법정화폐로 채택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지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등 구 소련연방 대부분 지역, 루마니아, 터키, 베트남 등에서 달러는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사실상 공용화폐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실상의 공인이 이루어지고 나면, 달러화를 공용화폐로 쓰자는 나라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국내에서도 우파 논객을 자처하는 소설가 복거일씨가 원화를 버리고 달러화를 법정화폐로 채택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출렁대는 환율 잡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 주소:

http://srchdb1.chosun.com/pdf/i_service/read_body.jsp?ID=2008091800096&srchCol=pdf&srchUrl=pdf1

 

국내에서도 환율의 급변동으로 당하는 고통이 커지다 보니, 이렇게 힘들거면 아예 달러화를 우리나라의 돈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일국의 통화인 달러화에 대한 거부감을 지울 수 없는 사람들은 유로화를 쓰자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로화는 일국의 통화가 아닌 다국 체제의 통화이므로 일국의 의도에 휘둘리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세계 단일통화와 관련하여서는 인터넷 상에서 ‘아메로’의 존재가 자주 거론되기도 합니다.

아메로가 거론되는 경우는 보통 음모론의 일환으로 얘기되어지는 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음모론의 자체 논리 구조 하에서 살펴보더라도, 아메로가 굳이 필요한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세계 단일통화로 그냥 달러를 쓰면 안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보면,

굳이 달러 외에 아메로가 새로 필요한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아메로(북미지역화폐로서의 아메로든, 세계 단일통화로서의 아메로든)가 등장하게 될 가능성을 상상해본다면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첫번째는, 달러를 그대로 세계 단일통화로 밀어붙여도 되는데, 세계 각국 국민들의 반발심리가 존재함을 고려하여 이름만 바꿀 수는 있겠다 싶습니다.

 

이 경우는 이름만 바꾸었을 뿐 사실상 달러입니다.

이 말이 갖는 구체적인 의미는, 아메로가 도입되더라도 달러의 가치를 그대로 승계한다는 의미입니다.

달러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다든지 어떤 형태로든 달러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두번째는, 혹시 나중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해결책으로 채택된다면(그 시기는 한참 뒤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앞선 글들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마무리짓는 수단으로 아메로가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렌텐마르크의 등장으로 마무리되었던 것과 유사한 진행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때도 중요한 포인트는, 아메로의 등장으로 달러 가치가 훼손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이미 하이퍼인플레의 진행으로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달러화를 대체하는 것입니다만, 최소한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를 기습적으로 휴지조각을 만들어버리는 형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이퍼 인플레의 악순환 반복으로 이미 달러화가 휴지조각이 된 게 명백하여 달러보유자들도 새로운 화폐의 등장을 학수고대하는 상태일 때 등장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화폐인 아메로의 등장으로 하이퍼인플레의 악순환이 차단될 것입니다.

 

결국 강한 달러화가 이름만 바꾸어 재등장하는 것이든, 하이퍼인플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아메로는 달러화를 계승하는 것이며 모든 사람들(달러 보유자 포함)에게 환영받는 방식으로 등장할 것입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지금으로서는 아주 먼 얘기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이든 아메로의 등장으로 달러 가치의 훼손이 오지는 않는 것입니다.

 

 

* 오늘 이 글에 대해서도 진지한 반론은 사양하겠습니다. 치밀한 논리 전개를 하거나 주장을 펼치는 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가볍게 상상을 펼쳐보는 글일 뿐입니다.

그냥 가벼운 기분으로, 가볍게 던져주시는 반론은 적극 환영합니다. 저로서도 관심있는 분들이 던져주시는 반론에서 어떤 힌트를 얻어서 생각을 더욱 발전시켜보고 싶습니다.

 

 

 

<제 글을 처음부터 전부 다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한 안내>

 

저의 글들은 맨 처음 글들부터 모두 서로 다 연관된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요즘 쓰고 있는 글들은, 앞 글들의 내용을 모르는 채 읽는 분들에게는 오해를 초래할 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는 아주 근본적인 원리가 문제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해하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근본원리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근거없는 '통념', ‘선입견’ 을 내려놓는 것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제대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 익혀야 할 근본원리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을 요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지금 진행되는 경제위기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전체의 모습과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제 글에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꼭 처음부터 다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의 글들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고 글을 읽는 분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